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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기계 전문가 총출동…전문연구요원제도 개선 방안 논의 본문
한림원,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36회 한림원탁토론회' 개최
‘효과적인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제도 개선 방안’ 주제
2023년 이후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방침을 표명한 국방부의 입장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과 교육, 국방 등 관련 분야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하 한림원)은 5월 22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효과적인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제136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연구요원제도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병역자원의 일부를 선발하여 병무청장이 선정한 지정기관에서 해당 전문연구 분야의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병역대체복무제도를 말한다. 2017년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제도는 2016년 기준 1조3,247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623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거뒀으며 4,393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냈다. 그러나 2016년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제도 등 이공계 병역특례 축소를 검토한다고 알려지면서 과학기술계에선 반대 입장을 꾸준히 표명해 왔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 요소인 우수인재 양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박사과정 진학 및 연구직 유입에 미치는 영향력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 할 때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연구현장에서는 저출산·고령화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병력충원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전문연구요원제도는 폐지의 대상이 아니라 개선과 합리적 보완이 필요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한림원은 전문연구요원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정부와 관계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곽승엽 서울대학교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섰으며, 이후 지정토론에서는 민동준 연세대학교 행정·대외부총장을 좌장으로 정부와 과기계 인사 10명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에서 쟁점과 개선방안을 토론했다.
한민구 한림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여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지속적 시행을 통해 우수인재를 양성해 가야 한다”며 “제도의 취지에 맞춰 실효성을 강화해 가기 위해서는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전문연구요원제도처럼 첨예하게 형평성 문제가 오르내리는 문제도 없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과학기술계의 중지가 하나로 모아져야 하며, 이번 논의를 통해 이공계 병역특례제도가 좋은 쪽으로 개선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곽승엽 교수, “제도 논의 장기화될수록 과학기술계 발전에 저해”
곽승엽 서울대학교 교수는 ‘전문연구요원제도 현황 및 쟁점’을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핵심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지속적 확대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곽 교수는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유능한 이공계 박사들의 양성을 지원하면서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으며,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 개발 인재 양성을 위해선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라며 “제도의 확대를 위해 전문연구요원제도와 관련된 중앙행정기관 간 협조와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축소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과학기술계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곽 교수는 “현재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선발 시험 준비에 시간을 과도하게 사용함에도 선발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으로 자연계 대학원 진학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라며 “이는 자연계 대학원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화될 경우 과학기술계 전체의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역특례와 관련해 불거지고 있는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전제하기도 했다. 연간 약 2,500명의 전문연구요원이 선발되는 전문연구요원제도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1,0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교육부 소관 ‘자연계 대학원 전문연구요원’은 600명(수도권 70%, 비수도권 30%)으로 배정되어 있고, 나머지 400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의 ‘과학기술원(KAIST, GIST, DGIST, UNIST)’에서 선발되고 있다.
배정 인원에서도 문제지만, 가장 큰 논란은 선발 기준이다. 자연계 대학원은 한국사검정능력시험 3급이 필수 조건이며, 학점과 TEPS 성적을 합산해 선발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원 소속 대학원생들은 무시험 선발로, 기준의 타당성 논란을 야기해 왔다.
곽 교수는 “교육부 소관 자연계 대학원과 과기정통부 소관 과학기술원은 실제적인 대학원의 형태가 동일하고 연구 업무도 동일하므로 학생들 간 전문연구요원 선발의 형평성과 예측가능성이 동일해야 한다”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대학원생 간 건전한 경쟁 구도를 조성해야 하며, 이를 통해 상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종종 대두되는 부실 복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원 자체적으로 복무관리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국방부 "병력 감소 고려해야" vs 과기계 "근본 대책 필요"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정부와 과기계 인사 10명이 참여했다. 과기계 및 언론계에서는 민동준 연세대학교 행정·대외부총장을 중심으로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 이심성 경상대학교 교수, 임상호 고려대학교 교수, 정주백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호섭 매일경제 기자, 홍진우 서울대학교 대학원생(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 위원) 등이 참여했으며, 정부 측 인사로는 이인구 국방부 인력정책과 과장과 권지은 교육부 학술진흥과 사무관, 최준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인재양성과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서로 간 이견은 첨예했다. 국방부는 형평성 문제와 병력 감소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과학기술계는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인구 국방부 인력정책과장은 “2020년대 초반 인구 절벽에 의해 병역 자원은 35만 명 내외에서 25만 명 수준으로 급감한 후 2032년까지 22~25만 명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로 인해 2022년부터는 별도의 병역자원 확보대책 없이는 병력충원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해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병역자원 감소추세를 고려하여 국방개혁 2.0을 수립하고 상비병력 규모의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요 병력을 충원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대체복무제도를 감축하는 추가 확보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에 국방부는 병역자원 확보와 국제규범 준수를 위해 모든 대체복무를 동일한 선상에서 검토하고, 국가 정책적 필요성과 병역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토하되,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감축 규모와 시기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장은 “전문연구요원을 포함한 대체복무제도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공익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국가 안보의 중요성보다 그 어느 것도 우선할 수는 없다”라며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대체복무의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국방부의 이러한 입장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주제발표를 한 곽승엽 교수는 병력자원 감소에 대해 "대체복무요원 97,600명 중 전문연구요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1%(7,900여 명),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7%(3,600여 명) 수준"이라며 "연간 1,000명의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을 선발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부총장은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말했듯, 미래 국방은 첨단무기체계와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에 좌우 된다”라며 “일부에서 아직도 국방에서 병사 숫자만 생각하고 첨단 무기체계는 생각하지 않는 현상이 보이는데, 그 증거가 바로 전문연구요원을 줄이는 대신, 병사 1,000명을 늘려 국방을 강화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심성 경상대학교 교수는 “과학기술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 중 인적자원 외에는 가진 것이 거의 없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라며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고급 이공계 인력의 효과적인 육성 및 해외유츨 방지 등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도의 성공을 이룬 정책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존치해야 함이 마땅하고, 도출된 문제점을 정교하게 보완해 제2의 성공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최준환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양성과장은 "대체복무 감축은 인구 감소에 따른 현역자원 부족 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책일 수 없고 감축하더라도 수년 내 재발이 예상된다"며 "단순 인원 감축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연구요원제도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교육부 소관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선발 기준에 대한 효율성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임상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현재의 운영방식은 본 제도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현 제도를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크게 개선하거나,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주백 충남대학교 교수 역시 “제도의 목적이 과학기술 인력 양성이라고 한다면 ‘과학기술인력으로서의 수월성’이 선발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라며 “현재의 제도는 1차적으로 과기정통부 소속의 대학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교육부 소속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영어 능력을 선발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원호섭 매일경제신문 기자는 “형평성 문제로 폐지 이야기가 나온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병역특례를 없애는 게 맞다”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발전에서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이 제도는 존속되거나 유지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 이공계 대학원생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크다”
토론에 참석한 상당수의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제도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미래 불안감을 토로했다. 선발기준에 대한 불합리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홍진우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2016년 보도를 통해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폐지 계획 검토 사실이 밝혀진 후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폐지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한 상태”라며 “선발 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 또한 진행되고 있지만, 정보 접근이 어려워 전문연구요원 편입 준비생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지은 교육부 사무관은 현행 선발 기준이 영어 점수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개선, 영어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으로 정하고 연구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1차 서면평가는 자연과학·생명과학·의약학·공학·ICT융합 등 5개 분야에서 전문연구요원 편입대상자가 ‘학업 및 연구역량 평가서’를 제출하고, 이를 ‘우수, 보통, 미흡’ 3단계로 평가해 ‘우수’ 등급은 통과, ‘미흡’ 등급은 탈락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등급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대면평가를 하는 2차 면접평가로 개편된다. 2차 면접평가는 지원 학생이 자신의 대표 연구실적과 기여도를 직접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과 면접을 통해 학업태도, 연구자질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권 사무관은 “현행 제도의 부작용을 없애고 취지에 걸맞는 역량 평가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오는 9월까지 개편안을 만들고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원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선발 기준도 대폭 개선된다. 최준환 과장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제도 개선 방안을 오는 7월 말 발표하고, 2022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개선안의 골자는 국방과 공공 R&D 과제 2개 이상 참여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전문연구요원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전문연구요원 편입대상자가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면 과기원별로 설치된 연구계획 심사위원회가 국방, 공공, 기초 분과별 1.5배수를 추천하고 한국연구재단, KISTEP 등으로 구성된 최종 선정위원회가 최종 심사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한 KAIST 대학원생은 “영어 점수를 다른 것으로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로섬 문제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인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역시 “학생들 입장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어떤 부분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불확실성이 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선발 기준의 형평성이 과기원과 일반 이공계 대학원이 크게 달라 교육부 소관 이공계대학원의 충원율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며,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일반 이공계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전체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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