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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확산에 대한 의·과학자들의 경고…“규제 아닌 예방·치료정책 필요” 본문

정책연구 및 자문/한림원탁토론회

마약 확산에 대한 의·과학자들의 경고…“규제 아닌 예방·치료정책 필요”

과기한림원 과기한림원 2019.06.07 18:07

한림원, 6월 4일 양재 엘타워에서 ‘제137회 한림원탁토론회’ 개최

마약류 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 논의 진행

 

제137회 한림원탁토론회가 6월 4일 오후 3시 양재 엘타워에서 진행됐다.

사회적으로 마약류의 불법유통과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계분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약류 중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수립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하 한림원)은 6월 4일(수) 오후 3시 양재 엘타워에서 ‘국내 마약류 사용의 실태와 대책’을 주제로 ‘제137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마약청정국이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 적발 인원이 20명 이하의 지수를 유지할 때 주어지는 지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마약류 범죄로 검거된 인원이 1만 명을 돌파하며 마약류 범죄지수가 20을 넘어섰으며, 최근까지 마약류의 불법 사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마약류의 중독으로부터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방교육과 중독자 치료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의 수립 등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해 왔지만, 정부의 마약 관련 정책은 규제와 처벌의 테두리 안에서만 머무르는 답보 상태다. 한 마디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림원은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과 실질적 대안을 논의하고, 토론의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대한민국의학한림원(회장 임태환)과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과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장이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한민구 한림원장은 개회 인사를 통해 “마약류 문제는 더 이상 사회 특정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며 마약류 사범의 증가 추세를 고려 할 때 이에 대한 대책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과학기술계는 마약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치료와 재활, 중독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를 통해 마약류중독자의 예방 관리와 치료에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 역시 “마약청정국이라고 주장해 왔던 우리나라가 실제로는 훨씬 많은 사람들의 마약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우리나라의 앞날이 걱정될 정도”라며 “오늘의 토론이 좀 더 확장성을 가지고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약물 중독은 질환, 종합 컨트롤 타워 필요”

조성남 병원장은 '마약류 중독의 실태와 법적 제도적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조성남 병원장은 국내 마약류 사용의 현황과 법·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그는 중독의 정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중독은 정신과 질환으로서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적인 질환이자 치료가 필요하지만 마약중독자는 환자라는 인식보다 범죄자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치료보다는 구금이나 격리로 대부분의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에 따르면, 잘못된 인식은 마약 중독자들을 양산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는 “중독이 질병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치료하는 게 우선”이라며 “특히 중독은 재발이 많은 만큼 재발을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그리고 재범을 막기 위해 어떤 치료가 필요한 지에 대해 중점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국내 마약류(대마·마약·향정신성의약품) 사범 수는 2013년 9,764명에서 2017년 14,123명으로 크게 늘었다. 버닝썬 사건 등 유명인 마약 사건이 터지며 최근 국민이 체감하는 심각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조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치료보호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그마저도 증액된 규모가 1억 5,000만 원 수준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예산이 없어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마약 사범 수가 1만 명이 넘어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실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조사와 함께 치료 방법 및 예방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종합적인 연구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국립약물중독연구소(NIDA)가 설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덕 팀장은 '외국에서의 마약류 사용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장은 해외의 사례를 기반으로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팀장은 마약류 비범죄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포르투갈의 마약류 정책에 대해 “약물사용이 절대악이 아니고, 마약 없는 사회 구현은 환상이라는 인식을 통해 약물 중독자가 범죄자가 아닌 환자라는 결론을 내린 후부터 국가의 마약 정책이 급변하기 시작했다”라며 “마약 의존자들을 형사처리하는 것은 자발적인 재활에 방해가 되고, 이는 결국 건강한 사회로 가는 저해요인이 된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인데, 이 같은 결정에 근거해 예방공급차원의 권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과 치료를 우선하는 지속적인 마약 정책으로 포르투갈의 마약 사용은 안정 상태를 유지 중이며,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마약류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예방, 치료, 사회복지 활동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 같은 정책은 무의미해진다”라며 “포르투갈은 치료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공공의 안전과 건강을 크게 개선했으며, 전문가 집단의 면밀함 검토 및 대책 마련으로 사회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팀장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수용할 수 있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 집단의 회의체 구성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약물 중독과 관련한 종합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전체적인 예방 치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문가들 한 목소리, “치료와 예방에 힘써야 할 때”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권준수 서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 조의연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천기홍 대검찰청 마약과장, 박진실 변호사, 윤정식 JTBC 기자, 윤홍희 서울지방경찰청 전 마약수사팀장,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지도실장 등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해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마약사범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치료와 예방을 위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지도실장은 과거와 현재의 마약 투약자의 성향이 달라졌음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마약은 SNS를 통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라며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투약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목숨까지 위험해지고 있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숨어서 지내던 중독자들이 인생의 끝을 보고, 이제는 회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중독재활센터나 병원에 찾아오지만, 예산부족으로 본인 부담금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수십 개의 병원보다 마약중독자 전담치료병원 1곳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마약류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상설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는 “마약에 대한 인식 수준 제고 및 조기 치료 시스템 구축, 한국의 임상 상황에 적절한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 정립 등의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및 개입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실질적인 기능이 부여된 상설기구로 격상시키고, 내실 있는 정책 추진 및 그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 수행 기구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진실 변호사 역시 마약중독에 대한 치료와 재활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마약사범의 경우 구금되어 있는 동안 강제적으로 단약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구금 중 마약중독에 대한 치료와 재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출소 후 다시 재범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라며 “수형시설에 있는 동안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한 상태에서 치료 재활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게 된다면 치료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의연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마약 사범에 대한 현행 법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판결 선고 이전 단계에서 범죄 및 범죄자의 특성에 따라 치료를 위한 맞춤형 처우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형(벌)의 상황에 따라 진단과 분석을 토대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도모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치료지향적 관점에서 재판 실무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흥희 서울지방경찰청 전 마약수사팀장은 마약사범에 대한 관리 정책과 재활 치료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팀장은 “재활치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관리 정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마약류 범죄 사범에 대한 전문화된 수사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마약 조직계보도, 필로폰 지문활용, 밀반입, 밀제조, 밀매에 대한 지속적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정식 JTBC 기자는 “마약을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고,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더 많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치료와 예방 쪽으로 갈 수 있는 거대담론을 형성하는 데 언론에서도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며, 그에 대한 처절한 반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자성했다.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약물 남용에 대한 민감도가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방으로, 현재 관련 교육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관계자들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천기홍 대검찰청 마약과장은 “마약사범의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 지원을 위해 치료 재활 부분을 검찰에서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보건복지부와 협업해 치료보호예산도 증액할 예정이며, 지원 대상 통원치료 확대를 위해 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등 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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