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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직무발명보상제도 논란…석학들, 합리적 개선방안 논의 본문
18일 양재 엘타워에서 ‘제134회 한림원탁토론회’ 개최…법조계·학계 전문가 참여
지식재산권 창출에 따른 합당한 직무발명보상금 조세제도와 관련하여 최근 연구현장에서 다른 직군과 차별화된 과세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과기계와 법조계가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심층적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은 4월 18일 양재 엘타워에서 ‘혁신성장을 이끄는 지식재산권 창출과 직무발명 조세제도 개선’을 주제로 ‘제134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하홍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보호·신지식연구실장, 김승호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 정지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등 3명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직무발명보상제도란 종업원이 개발한 직무발명을 기업이 승계 소유하도록 하고 종업원에게는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대학의 경우 교수가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특허 등 산업재산권을 획득했을 경우 대학 산학협력단에 권리를 양도하고 받는 보상금을 말한다.
직무발명보상금을 근로소득으로 규정해 종합과세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법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고 연구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 비과세 대상이었던 직무발명보상금에 과세가 시작된 것은 2011년 감사원 지적 이후부터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직무발명보상금은 기타소득으로서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퇴직 후 보상금에 대해서만 기타소득으로 인정하고 근무 중 보상금은 여전히 근로소득세를 징수하고 있다. 연구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세법 개정이 지적재산권 확보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화되는 것은 물론 보상금 처리를 둘러싼 편법이 횡행할 수 있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민구 한림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지식재산권 창출과 이에 따른 합당한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국가 과학기술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자 과학기술인들의 발명의욕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직무발명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직군과 차별화된 세법 적용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연구현장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공정한 논의를 통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보고자 한다”고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2017년 11월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이날 토론회의 축사를 통해 "연구개발의 의욕을 고취시키면서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을 과학기술계와 같이 고민하고 법률이 하루 빨리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하홍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보호·신지식연구실장
“직무발명은 우수 특허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원천, 국가 경쟁력 악화 우려”
하홍준 실장은 ‘국가 경제성장에 있어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 4차 산업혁명의 전개와 발명자의 역할’을 주제로 지식재산권 창출의 주요 요인인 직무발명 보상제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하 실장은 “지식재산권은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으로 크게 구분되는데, 산업재산권은 출원, 심사, 등록의 절차를 거쳐 보호받을 수 있는 반면 저작권은 창작성만 인정되면 등록 여부와는 무관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중 산업재산권이 중요한 이유는 출원일로부터 20년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라며 “국제적으로도 자국민에 의해 등록된 기술에 독점 배타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술 패권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주요한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패권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기술력과 지식재산에서 판가름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다품종 대량생산, 노동과 효율이라는 패러다임을 벗어나 지식과 아이디어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경되므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지식재산을 강력히 보호하는 국가에 혁신이 몰리고 부(富)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 실장은 “지식재산연구원에서 통계를 뽑아 봤더니 지식재산 또는 산업재산과 관련된 출원이 개인이 20%, 법인이 80% 정도 된다”라며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개발이 대규모 연구시설과 자본을 갖춘 법인이 주도할 수밖에 없고, 법인이 직무발명의 중심이 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무발명자가 직접 출원을 해서 기술에 대한 독점배타권을 갖는게 아니라, 회사에서 승계하기 때문에 그 대신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소득의 종류가 지속적이면서 반복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타소득으로 분리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하 실장은 “직무발명은 우수 특허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원천”이나 “비과세였던 보상금을 과세한다고 하니 발명자의 의욕이 감퇴될 수밖에 없고, 기술연구개발활동과 기술 사업화 축소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이 약화 되는 중차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승호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
“직무발명보상금의 기타소득 분류는 언급할 가치없이 명확”
정지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다른 지식재산권처럼 보상금 일정부분을 필요경비로 인정해야”
김승호 변호사는 ‘판례를 통하여 살펴본 직무발명보상금 과세제도의 문제점’을 주제로 대법원 판례를 통해 본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주요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2011년 감사원 지적이후 3개 정부출연연구소을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를 사례로 소개했다. “2015년 대법원은 직무발명보상금의 귀속 주체가 발명자에게 있고, 보상금이 지식재산권의 승계, 양도의 대가로 지급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적, 반복적 지급의 근로소득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2015년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은 이미 발명진흥법 등에 명시돼 있는 내용으로 그 근거가 명확하다. 직무발명보상금은 다른 지식재산권 수익과 마찬가지로 기타소득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경우, 보상금의 60%에 대해 필요경비가 인정되며, 40%에 해당하는 금액만 과세가 된다. 김 변호사는 개정규정의 문제점으로 △직무발명보상금의 법적 성질 △다른 지식재산권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퇴직 전 직무발명보상금이 근로소득이라면 퇴직 후는 퇴직소득이라야 앞뒤가 맞는데, 퇴직한 후에 지급받는 직무발명보상금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라며 “현장의 불만을 이유로 비과세 한도를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늘렸지만, 이 역시 입법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직무발명보상금 관련 과세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정지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역시 직무발명보상금을 근로소득으로 구분하고 있는 현행 세법 규정은 정당성이 없으며, 헌법에 명시된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되는 범법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산업재산권, 사업상 비밀, 상표권 등 양도대가나 문예, 학술, 미술, 음원 등 창작물 원작자가 받는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직무발명보상금만 근로소득으로 구분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직무발명보상금을 기타소득으로 구분하고, 다른 지식재산권처럼 보상금 일정부분을 필요경비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대안으로 현행 국가 연구개발사업에서 기술이전에 따른 직무발명보상금 평균이 3,000만 원 정도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해서 3,000만 원 미달의 경우 전액 비과세하고 넘을 경우 50%만 과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직무발명보상제도 취지 다시 생각해야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박재근 한양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백융기 연세대학교 교수, 설원식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진호 한양대학교 교수, 정영룡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 부회장 등이 참여해 지식재산권의 중요성, 발명자 및 산학협력단의 입장에서 본 현 과세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정부에 대한 요청 사항을 논의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근거 없이 개정된 제도가 조속히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잘못된 조세제도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백융기 교수는 “세금이 너무 부과되다 보니까 발명해서 얻는 건 빚 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직무발명보상제도는 국가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정책이므로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호 교수 역시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하고 과학기술자들만 차별하는 이런 제도가 시행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며 ”다른 직종과 같이 형평에 맞게 세율을 적용하고 연구자들이 좋은 기술을 발명하여 국가 경쟁력 제고에 힘이 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정영룡 부회장은 “법률이 문제가 있으면 개정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타당성이 있다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개장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법리에 맞지 않게 소득세법을 개정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탁상행정으로 법을 개정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조세의 기본 원칙을 고려하여 일관성·객관성을 고려한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원식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잘못된 제도가 연구현장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세가 지나치다보니 교수들이 발명자 보상금을 오히려 낮추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발명자 보상금 대신 일부를 연구비 형태로 보전받기를 원한다거나 산업체 기술이전시 산업 자문 또는 다른 과제로 돌려서 받는 사례도 나타난다“며 ”‘우회경로’를 통해 절세 및 부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건데, 사실 이런 현상을 막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취지를 다시 생각해보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상훈 위원은 제도를 만듦에 있어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재산이라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보통 사과, 배 거래하는 것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직무발명보상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과학기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제도를 추진하는 정책 입안자, 경제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직무발명보상제도의 개선을 위해 한림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민구 한림원장은 "직무발명보상금에 적용되는 세금을 현재의 근로소득에서 기타소득으로의 전환 등 과세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무발명보상제도와 관련해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한 한림원은 올해 관련 주제로 정책연구보고서도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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