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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사람들/회원

[회원제언]세월호 참사의 진실, 이제 사회과학은 답(答)해야 한다

과기한림원 2014. 6. 25. 11:38

 

 

김학수 박사 (한림원 정책학부장,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세월호 참사에 사회과학자의 발언이 쏟아지건만, 그 자체의 학문적 실패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정치학자는 정부 책임론을, 법학자는 엄벌주의를, 사회학자는 시민 장례식을, 커뮤니케이션학자는 매뉴얼 개정을, 심리학자는 트라우마 치유를, 그리고 행정학자는 조직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의 효용가치는 종교적 속죄 기도와 진배없다. 모든 재난에 따라오는 뒤풀이일 뿐이다.

 

나는 단언한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국가안전처를 만들고, 유병언 일당을 엄벌에 처할지라도 재난의 위기는 또 찾아오고, 우왕좌왕 하는 인간 군상(群像)과 대형 참사를 다시 목격할 것이다. 미국도 20058월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주정부는 물론 연방재난관리청의 관료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25백 명의 시민이 생명을 잃었다. 재난대비에 철저하다던 일본도 201134일 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2만 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심지어 원자력발전소 침수로 2차 피해가 발생하는데 최고책임자인 도쿄 전력 사장은 잠적해버렸다.

 

불완전한우주의 조건을 인정할 때, 언제나 재난(변화)은 발생한다. 그것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는 과학기술 지식을 동원하여 하드웨어를 준비한다. 그런데, 그것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인간들의 문제이고, 이것이 잘못되어 참사(慘事)로 발전한다. 세월호 재난이 인재(人災)이고, 사회과학이 응답해주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과학의 아킬레스건()공유지(commons)의 비극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극단적인 사익(私益) 추구가 결국 공동체 자체의 멸망을 가져오는 사태를 일컫는다. 자기만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칠 때, 결국 모두의 터전이 사라지는 형국을 곳곳에서 겪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곧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유지를 지키도록 역할이 부여된 사람부터 사익만 추구하다 보니 대규모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 사회과학의 기여는 한심하다. ‘공유지의 비극을 연구한 정치학자이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롬(Elinor Ostrom)이 내놓고 있는 응답도 고작, 구성원 사이에 상호 신뢰감, 호혜정신, 평판을 갖추고 있으면 사익 추구보다 공동체 생존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특성들은 공동체의 팀워크가 먼저 단단하게 형성되었을 때 사후(事後)(!) 생기는 것들이다. 우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런 사후적 결과보다 사전적(事前的)으로 팀워크를 어떻게(How?)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세월호 선원들의 집단 행태는 팀워크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그것은 너무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총리, 장관,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경질한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곳마다 팀워크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매뉴얼도 팀워크를 대신할 수 없다. 팀워크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뉴얼은 한낱 종이쪽지일 뿐이다. 그럴 경우 매뉴얼을 작동시키려면, 마치 오케스트라가 수없는 연습을 통해 멋진 연주회를 갖는 것처럼, 엄청난 훈련이 요구된다. 그러나 재난 위험이 내재된 모든 일터에서 그런 준()강제적 훈련을 완수하기는 어렵다. 그 결과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참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제 사회과학은 답()해야 한다. ‘사전적(事前的)으로팀워크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해서. 그 첫 단추는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위기대처 매뉴얼을 함께창작(創作)하는 길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야, 잠재적 위기의 공감과 낯설지 않은 매뉴얼, 추후 팀 훈련의 자발성(自發性)이 얻어질 수 있다. 세월호 선원들이 그 배에 고유한 위기대처 매뉴얼을 함께 창작하는 과정을 경험했을 때, 최소한의 팀워크가 사전적으로 구비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해 나만 살겠다면서 모두를 희생시켜 버렸다.

 

지금의 극심한 비난과 감정적 대처는 사회과학의 학문적 실패를 반영하고 있다. ‘팀워크의 사전적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에 우리가 주목한다면, 지구상에서 최초로가장 안전한 국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진실로 팀워크관련 사회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발명이 절실한 형국이다. (나아가 그것은 또한 융합연구의 성공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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