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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BK21 사업과 대학의 연구생태계 조성 방안은? 본문
한림원, 11월 5일 ‘제176회 한림원탁토론회’ 온라인 개최
석학들, 우리나라 연구계의 지속가능한 성장 위한 발전전략 제시
대학의 안정적인 학문연구와 석·박사급 인력양성을 지원하는 BK21(Brain Korea, 두뇌한국21)의 4단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과학기술 및 교육 등 관계 분야 전문가들이 사업의 지향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이하 과기한림원)은 11월 5일 오후 3시, ‘4단계 BK21 사업과 대학의 혁신’을 주제로 ‘제176회 한림원탁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BK21 사업의 목표와 취지의 달성, 성공적 추진을 위한 연구생태계의 체질변화, 대학원 교육의 혁신, BK21 사업의 지향점 등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 최해천 서울대학교 교수가 주제 발표자로 참여했으며, 김성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김우택 연세대학교 연구부총장, 유인권 부산대학교 연구처장, 정규혁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장, 김경주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사무관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민구 원장은 “BK21 사업은 우리나라 대학의 학술, 연구, 교육 수준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며 “새롭게 시작된 4단계 BK21 사업을 자세히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노정혜 이사장, “BK21 사업, 연구생태계 체질 변화 선봉”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연구생태계 체질 변화를 위한 한국연구재단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노 이사장은 건강한 연구생태계 조성을 위해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BK21 플러스 사업을 통해 나타난 변화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노 이사장은 건강한 연구생태계가 지속되기 위해선 새로운 발견을 통한 지식의 진보가 가능할 수 있도록 창의성과 탁월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온 만큼 그에 걸맞은 건강한 연구생태계로의 체질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연구진실성과 연구비 집행의 투명성, 연구실 구성원의 민주성·다양성·포용성, 전공 장벽을 넘는 협업이 가능하도록 연구 문화의 개선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연구성과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BK21 사업 도입 이후 예측 가능한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노 이사장은 “논문 수 위주로 평가됐던 BK21 3단계 사업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4단계에서는 기술된 업적의 요약을 보고 평가하는 정성평가와 연구의 질을 나타내는 보정피인용수(FWCI)를 적용한 정량평가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BK21 사업의 목적이 우수대학원의 연구역량 강화 및 인재 양성이므로 연구실 문화와 연구비 관리 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노 이사장은 “부정행위에 따른 연구비 환수 중 70%는 인건비 공동관리 문제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온라인 이수를 의무화하고 신고 채널 운영을 통해 대학원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진택 총장, “학생 중심의 교육과 연구체계 구축이 혁신의 첫 걸음”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은 ‘대학원 교육 혁신’을 주제로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 대학원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교과과정, 경력개발, 거버넌스 등의 측면에서 제시했다.
정 총장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으로 표현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단순한 기본역량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인간학, 융합·통섭의 역량이 두루 갖춰져야 하므로 학생들에게 이 같은 능력을 주지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육에서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프로젝트 기반의 살아있는 교육, 학생들의 역량과 필요에 맞춰진 개인화된 학습, 현장에 특화된 경험의 교육이 인재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선 학부 중심으로 되어 있던 대학의 모습을 대학원 중심의 교육 및 연구 패러다임에 맞춰 변화해 갈 수 있도록 바꿔 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학생 중심의 교육과 연구 체계를 구축하는 생태계 혁신이 기반이 되어야 학생이 성공하는 대학, 학생이 원하는 대학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 총장은 대학원생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원생의 권익을 보호하고, 연구자로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명문화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학원생이 경험할 수 있는 각종 어려움의 해소를 위해 복무협약, 인권보호제도 등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대학원생 권익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 최해천 교수, “BK21 사업 통해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구축 기대”
이번 BK21 4단계 사업의 설계에 참여한 최해천 서울대학교 교수는 '4단계 BK21 사업과 그 지향점'을 주제로 지난 21년간 진행된 BK21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4단계 사업의 비전과 목표를 비롯해 주요 변화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최 교수는 BK21 사업의 주요 성과로 ▲주요 학문분야 학문 후속세대 양성 및 배출 ▲연구역량의 양적 성장 견인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의 개편 유도 등을 꼽았다. 이어 그는 한계도 함께 언급하며 “양적 성과 중심의 연구업적 평가는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보다 단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를 지향하게 만들었다”며 “선정평가 시 BK21 사업을 통한 대학원생 교육 개선에 대한 평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며 고급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안정적 교육 시스템 구축을 지연시켰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업단 기반의 사업 운영에 따른 학문 분야별 분절화로 대학원 전체의 체질 개선이 곤란해졌고, 이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4단계 BK21사업에서는 교육 역량과 연구 역량의 내실화를 위한 평가 지표가 강화됐다. 그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것은 연구 성과의 질적 평가 전환이다.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부터 연구업적 평가의 80%가 질적 평가로 이뤄지는데, 논문 등 대표 업적물 3편에 대한 정성평가가 70%, 대표 논문 1편의 보정피인용수(이하 FWCI) 평가가 10% 규모로 할당됐다. 20%를 차지하는 양적평가에는 발표 논문 수와 임팩트팩터(IF)·아이젠팩터스코어(ES) 등 국제 저널 지표가 활용된다.
최 교수는 “교육과 연구가 상호 피드백을 주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장기적, 도전적, 창의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한 대학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미래 BK21 6단계 사업이 진행되는 2040년까지 우리나라 대학들이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구축되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 “BK21 사업 성공, 인재 중심 가치 실현에 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김우택 연세대학교 연구부총장, 유인권 부산대학교 연구처장, 정규혁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장, 김경주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사무관이 참여해 의견을 표명했다.
유인권 부산대 연구처장은 지역 대학 입장에서의 의견을 전달했다. 유 처장은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인데, 지역의 경우 신입생이 줄어들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람이 줄어들면 일자리도 없어지는데, 인력을 양성해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도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BK21 사업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유 처장은 “BK21 사업이 지역균형발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 주길 바란다”며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 인재들을 잘 유치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 운영 부분에서 지역 안배에 신경 써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우택 연세대학교 연구부총장은 질적 평가 80% 중 10%에 해당하는 FWCI에 대해 우려감을 털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자 논문의 수준을 평가할 때 FCWI를 보는 것이 이미 주류가 된 상황이지만, 그 안에 큰 맹점이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그는 “저자가 1,000명~2,000명씩 되는 논문이 있는데, 그런 논문에 대한 FCWI가 굉장히 높다”며 “잘못된 정보에 대한 여과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혁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장은 BK21 사업의 목표인 대학원 혁신에 대해 수요자 중심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학생이 비전을 가지고 학문 영역의 장벽 없이 교과목을 학습하고 지도교수를 자유롭게 선택하며 교수가 학문의 동반자가 되어 첨단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학생 중심의 가치를 실현해야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성과 창출은 물론 대학원 혁신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자들의 의견에 대해 김경주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사무관은 “4단계 사업 시행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중간평가와 후속단계 사업 기획 시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과기한림원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PSx9epwRMEM&t=8052s)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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