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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 및 자문/국회-한림원 혁신연구회

국회-한림원, 과학난제 해결형 R&D 활성화 방안 논의

과기한림원 2019. 4. 30. 15:25

■ 4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이 도전해야 할 과학난제는 무엇인가' 주제 포럼 개최

 

정책입안자들과 과학기술계 석학들이 우리나라에 도전적 연구생태계를 조성하고 인류의 삶을 뒤흔들 ‘과학난제’ 해결형 R&D의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하 한림원)은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과 공동으로 4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R&D예산 20조 원 시대, 한국이 도전해야할 과학난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국회-한림원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부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과학 난제 해결형' R&D 프로그램의 실행방안 마련을 위해 한림원의 '난제해결 TF'에서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관련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송완호 과기정통부 융합기술과장은 "과학난제 해결형 R&D는 지난해 6월부터 한림원과 같이 고민을 해 왔으며 오늘 첫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이라고 소개하고 "과기정통부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은 문제를 푸는 연구가 아니라 문제를 발굴하고 제시하는 연구를 제대로 해보자는 것, 기초과학과 공학의 융합연구를 활성화하자는 것, 새로운 방식으로 연구개발정책을 하우투(How to)의 관점에서 수립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포럼에 참석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R&D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단기적 성과보다 멀리 보고 꾸준히 가야한다는 설득을 하는 입장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포럼이 과학 난제의 도전적인 연구 분위기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하고 혁신을 위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한민구 한림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안’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현장에서도 혁신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사업과 제도를 먼저 고민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림원은 국가R&D예산 20조원 시대에 걸맞은 과학난제 해결형 R&D의 도입 필요성을 화두로 삼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새로운 운영철학 수립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가 R&D 혁신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국회 차원의 지원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상민 의원은 “국가 R&D 금액을 지원받은 연구자들은 성과에 굉장히 많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목표를 쫓아가며 연구현장에 씨를 뿌리고 기다려주는 덕목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작은 성과지만 현재 노력하고 있는 것은 연구 R&D의 평가와 감사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며 “연구자들이 도전적인 연구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제도적인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끝까지 찾아내는 문제해결형 R&D 프로그램과 실천이 필요

 

성창모 한림원 정책연구소장(고려대학교 그린스쿨대학원 석좌교수)이 ‘도전적 연구문화 확산을 위한 과학난제 해결형 R&D프로그램의 추진안’을 주제로 과학난제의 개념과 연구자 중심의 발굴프로세스안, 해외 유사 프로젝트 사례와 성과, 한국이 도전해야할 과학난제와 과학난제 해결형 R&D사업의 추진방안 등을 설명했다.

 

성 소장은 “혁신경제학의 대가로 꼽히는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 회장(오바마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이 국내 언론사와 인터뷰하며 우리나라의 R&D 성과가 낮은 이유에 대해 말한 적 있다”며 “그는 그 이유로 ‘리스크 회피 문화’를 꼽았다”고 말했다. 98%에 달하는 R&D 성공률은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그는 달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개선할 것이 아니라 아예 달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문샷 씽킹’이 필요하다는 것. 성 소장은 “미래에 국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와 주제, 한계에 봉착한 난제에 대해 혁신적 접근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문샷 프로젝트’라고 한다”라며 “연구자들에게 ‘문샷 싱킹과 실행’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난제도전 혹은 문제해결형 R&D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 소장의 말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문샷 싱킹을 추구하는 과학난제 해결형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에서 수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모델은 ‘미국 방위고등연구기획국(DARPA)’의 연구 프로그램이다. DARPA는 ‘High Risk, High Payoff’, ‘세상을 바꿀만한 첨단 혁신’을 위해 도전적인 연구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 오고 있으며, 이를 위해 문제 또는 이슈를 제시하고 해결할 제안서를 요청하는 공고방식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60년 동안 이어져 온 DARPA의 과감한 R&D 투자는 인터넷과 GPS, 반도체, 컴퓨터마우스, 자율주행차, 스텔스, 드론, 아이폰 시리 등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 기술을 탄생시켰다.

 

성 소장은 “국가 R&D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정부와 과기계의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과학기술정책의 철학을 담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다”라며 “지식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R&D사업과는 차별화된 ‘끝까지 찾아내는 문제해결형 R&D 프로그램의 기획과 도전적인 연구수행’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도전해야 하는 주제를 다뤄야 하며, 인류가 처한 난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적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일부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는 과제여야 한다”며 한림원 회원들을 비롯해 과학기술계 리더들이 국가적으로 도전해야 할 과학난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국가에서 이를 R&D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 과학난제 사업에 맞는 전략과 지원 체계 구축 시급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홍순형 KAIST 교수를 좌장으로 이태억 KAIST 교수, 박소라 인하대학교 교수,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남기태 서울대학교 교수, 이주영 연합뉴스 부장, 송완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기술과장 등이 참여해 ‘한국이 도전해야 할 과학난제와 성공전략’을 주제로 과학난제 해결형 연구사업의 추진을 위한 선결조건과 방향성에 대해 토론했다.

 

이태억 KAIST 교수는 ‘과학난제 자체를 발굴하고 정의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뉴턴이 중력과 힘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나 아인슈타인이 인류역사에 큰 획을 그은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낸 것도 중요한 문제를 잘 찾아내고 정의하고 도전했기 때문”이라며 “문제만 제대로 식별하고 정의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연구개발 예산의 몇 퍼센트는 과학난제 발굴 연구 및 사업에 투입, 도전과제를 먼저 제시하고 연구개발사업을 연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라 인하대학교 교수는 도전형 연구사업의 추진을 위해 선결되어야만 하는 과학기술계 신뢰성 부족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연구개발 혁신에 관한 이야기가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으나 현실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학기술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어떤 정책도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평가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난제에 적합한 평가를 하고 컨설팅을 통해 과제의 개선 방향까지 제시하는 전문성 높은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자가 관련 분야의 전문적 경험 뿐 아니라 정기적인 학회 참석을 통해 최신 동향에 대해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평가위원들에게 일정 규모의 ‘평가연구비’를 지원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문성 높은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이주영 연합뉴스 부장은 도전적 과학난제사업이 국가 R&D 투자방향을 장기적 안목의 순수기초 연구 중심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압축성장기의 기술추격 패러다임이 유지되고 있다”라며 “산업발전 단계가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기존 형태의 연구를 하면서 압축성장기에 거둔 성과를 거두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장은 “국가 R&D 방향이 순수기초 연구 중심의 선진국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연구자들이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찾아내고 아이디어를 고안해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도와주는 지원체계를 만들고, 상향식으로 과제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젊은 과학자를 대표해 참석한 남기태 서울대학교 교수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연구를 독립적으로 막 시작한 젊은 연구자들이 도전적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하고, 이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라며 “나이 또는 경험에 상관없이 크고 작은 융합연구를 리딩할 수 있는 과학기술계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국가·사회적 난제 해결에서의 출연연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조선시대 학문과 과학이 꽃피웠던 시기는 세종이 재위한 기간이었고, 그 중심에는 안정적으로 연구와 독서를 할 수 있었던 집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세종대왕 시절 ‘집현전’에서 학문과 과학기술 발전을 이뤘듯이 출연연이 ‘21세기 과학기술 집현전’으로 거듭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퍼스트 무버로 도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의견에 대해 송완호 과기정통부 융합기술과장은 “선진국형 R&D 추진체계를 갖춰 나가는 것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겠다”라며 “이번 포럼이 과학난제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있어 힘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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