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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 실험을 통해 밝혀진 뇌의 사회적 상호작용 회로 본문

과학기술 문화진흥/과학기술 동향

‘죄수의 딜레마’ 실험을 통해 밝혀진 뇌의 사회적 상호작용 회로

과기한림원 2014. 2. 28. 14:37

 

 

과학자들이 고전적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기반한 실험을 통해 ‘본인의 선택’과 ‘파트너의 선택 평가’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회로를 발견하고 조작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두 마리의 원숭이가 컴퓨터 화면 앞아 앉아 서로를 빤히 바라보며, 약속된 보상(사과 주스)을 기다리고 있다. 각각의 원숭이에게는 선택권이 있으니, 하나의 기호를 고르면 주스를 똑같이 나눠 마시고, 다른 하나를 고르면 대부분의 주스를 독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 역시 이기적 선택을 하면 둘 다 주스를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협동을 선택했을 때 본인이 이기적 선택을 하면, 이번만큼은 주스를 독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상대방은 다음부터 협동을 선택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以上)의 게임은 고전적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같은 것으로, 두 사람의 생각을 동시에 평가하는 전략게임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글로벌 과학기술 동향브리핑’ 28일자에 따르면 이제 과학자들은 히말라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본인의 선택`과 `파트너의 선택 평가`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회로를 발견하고 조작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회환경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사회기술(social skills)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예: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뇌 회로를 교란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려면 특정 뇌 신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이러한 과정을 연구하고 손볼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라고 듀크 대학교의 마이클 플랫 교수(신경생물학)는 논평했다.

 

 

 

 

하버드 의대의 케렌 해러시 교수와 지브 윌리엄스 교수(신경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원숭이의 뇌회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배측전대상피질(dACC: 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에 전극배열(electrode arrays)을 이식했다. (dACC는 보상과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부분이다.) 연구진이 이식한 전극은 수백 개에 달하는 개별 뉴런의 활성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에게 두 가지 방법(컴퓨터와 상대하는 방법, 실제 원숭이와 상대하는 방법)으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하게 했다. 원숭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상대로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좀처럼 협동(주스 공유)을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대방 원숭이를 눈으로 보며 1:1 게임을 할 때는 협동을 선택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전극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를 분석해 보니, 원숭이가 협동을 선택할 때에는 dACC의 특정 뉴런이 발화(fired)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이 신호를 근거로 하여 원숭이의 의사결정을 예측한 결과, 예측 성공률은 2/3였다. 한편 원숭이가 `상대방이 협동을 선택할 것`이라고 추측할 때는 다른 뉴런이 발화하는 것으로 니티났는데, 이 신호를 근거로 한 예측 성공률은 80%였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타인의 행동을 모사(copying)하는 신경, 거울신경(mirror neurons)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알려지지 않은 행동`을 예측하는 뉴런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연구진이 전기 쇼크를 이용하여 협동회로를 교란한 결과, 원숭이의 협동행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원숭이에게는 방종(self-indulgence)의 욕망이 내재해 있지만, 평상시에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회로가 이것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해러시와 윌리엄스는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이번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되는 컴퓨터·시스템 신경과학회(Computational and Systems Neuro­science) 모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원숭이가 상대방의 행동을 평가하는 동안 개별 신경회로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신경과학계의 커다란 진보다. 그러나 실제 사회적 상호작용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더욱이 원숭이의 협동 의사는 다른 원숭이(예: 지배적 수컷 또는 친척)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를 진심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로버트 세이파스 교수(심리학)는 말했다. "이번에 밝혀진 신경회로를 면밀히 분석하면 호르몬이나 약물에 대한 뇌의 반응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옥시토신의 경우 사회적 유대관계의 형성을 도움으로써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주장되어 왔다. 예컨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죄수의 딜레마」 실험에서, 옥시토신을 흡입한 남성들은 협동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고 예일대학교의 스티브 창 교수(심리학)는 말했다(참고 1).

 

창 교수와 플랫 교수는 원숭이에게 다른 게임(아무런 희생 없이 다른 원숭이에게 보상을 제공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을 하게 하면서, 원숭이의 뇌를 모니터링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이 실험에서, "자신이 보상을 받을 때 발화하는 뉴런과 다른 원숭이가 보상을 받는 것을 바라볼 때 발화하는 뉴런은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참고 2). 또한 「죄수의 딜레마」 와 마찬가지로,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가 실제로 존재할 경우에만 그 원숭이에게 보상을 제공했고, 가상의 상대(컴퓨터)에게는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창 교수는 현재 옥시토신이 신경회로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옥시토신은 원숭이의 보상제공 의사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참고 3)

 

약물이나 신경호르몬 외에, 전기자극 역시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플랫 교수의 실험실에서는 신경회로의 지도를 작성하고, 각각의 신경회로가 전자기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할 경우 인간의 공감능력(타인이 알고 있거나 좋아하는 것을 평가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참고 4). 그러나 플랫 교수는 이 같은 연구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신이 자녀에게 옥시토신 투여나 전자기자극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면, 정확한 용량을 알고 싶을 것이다. 원숭이의 신경회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전자기자극이나 호르몬의 용량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플랫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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