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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8회 한림원탁토론회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수학 수능개혁’ 본문

정책연구 및 자문/한림원탁토론회

제 88회 한림원탁토론회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수학 수능개혁’

과기한림원 2015. 4. 20. 11:40

 

4월 7일 프레스센터서 개최, "창의·융합형 미래인재 육성" vs "현실 동떨어진 이상될수도"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의 입시가 결정되는 수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수능은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배운, EBS에서 배운 똑같은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 됐다.

 

한 교육관계자에 따르면 EBS 문제집에 나온 영어 지문을 수능시험에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도 많다보니 학생들은 지문을 통째로 외우기도 한다. 운이 좋게 수능에 나오면 읽지 않고 문제를 풀어내기 위함인데 이런 교육이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학습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수능의 의미가 변질되고 퇴색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내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해 "교육부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난이도를 유지한다고 하면 변별력 측면에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 스스로 일정부분 자율성을 가지고 인재를 선발, 학교에 맞는 우수인재로 길러낼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자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다. 이를 위해 수능, 교육과정을 어떻게 개혁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4월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제88회 한림원탁토론회(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수학 수능개혁)에서다.

 

이날 모인 고등, 대학관계자들은 "수능을 못 봐도 대학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사람이 많다"며 "그만큼 수능은 대학학업성취도와 크게 관계 없다. 학교에서 키워낼 수 있는 적절한 학생이냐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번으로 학생 평가하는 수능…변화 필요해"

 

이덕환 서강대 교수

"6차 교육이후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중요하다면서 교과목을 쪼개 약 100여개의 교과를 구성했지만 가르칠 교사가 없어 학교가 과목을 선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 선택이 중요하다면서 교과목을 나눠놓고는 한 번의 통합된 시험(수능)으로 학생을 평가한다는 것이 진정 학생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이날 주제발표를 가진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교육부가 작년 9월에 발표하고 지난 연말부터 개정 작업에 착수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겉으로는 모든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길러주겠다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며 "기존의 문이과 구분교육의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이 이수할 공통과목은 총 7개이고 나머지는 선택과목으로 다 합치면 100개다. 선택과목은 일반선택이 51개, 진로선택이 42개로 이 중 20여개의 과목을 이수해 132단위를 들어야한다.

그러나 이 많은 과목을 다 가르칠 선생이 없다보니 학생들이 진짜로 원하는 과목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6차 교육과정부터 느닷없이 선택중심을 강조하면서 5차 교육과정의 46개 과목이 점점 늘어 지금은 100개가 됐다. 공통과목에 통합과학이 있으면서 진로선택과목에 융합과학이 있다. 왜 통합은 필수이고 융합은 진로선택인지 설명해줄 사람이 없다"며 "교과목을 쪼개고 선택을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수능을 통합하는 것은 정말로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교육시스템은)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인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수능을 도입하기 위해 7번의 실험을 거쳤고, 어느 때는 연 2번의 수능을 본적도 있다"며 "1993년 이후 총 23회의 수능을 수행했지만 그동안 성적표기방법, 총점, 변환표준점수 등 총 12번을 개정했다. 겉만 수능이지 사실상 학력고사인 지금의 수능은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 바뀔 것"이라며 제대로된 수능으로 개선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교육정책과 교직의 개방 ▲학생 미래 행복을 위한 교육 ▲대학 학생 선발기능 회복 등을 제시했다.

 

"진정한 의미의 수학능력시험은 우리 사회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교육정책을 독점하는 시대를 끝내야한다. 사범대 개혁의 수준을 넘어선 적극적인 교직개방이 필요하다. 또 교사가 본인이 쉽게 가르칠 내용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가치와 의미 교육'으로 전환해야한다. 더불어 60만 명의 학생들이 250여개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같은 시험을 본다는 것이 맞는걸까. 입시의 다양성을 위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고등교육 부족한데 취업 현장 실습까지? "대학, 어느 장단 맞춰야" 하소연

 

이어진 토론에서 정진수 충북대 교수는 현 수능이 "대학을 잘 가기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수능점수를 받기 쉬운 베트남어에 학생들이 몰리고, EBS 교제에서 영어 수능시험이 나오니 교제의 지문을 통째로 외워 수능에 나오면 읽지도 않고 답을 쓴다.

 

그는 "수능이 평가하는 것은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아니다. 문제 빨리 풀기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라며 " 학생들이 100분에 100점짜리 문제를 풀어야하는데 4점짜리 문제(사진)를 보면 읽는데만 4분 이상 걸리지 않겠는가. 학생들은 사교육을 통해 빠르게 문제를 푸는 요령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진수 충북대 교수, 김기혁 한국공과대 학장협의회장, 박선종 예당고 교장

 

이어 정 교수는 불편한 수능의 원인 중 하나로 '수능마피아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수능출제위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들어가야 할 문제와 들어가지 말아야할 문제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들이 결정을 한다더라"라며 "그러나 시험이 잘못되면 원장이 짤릴뿐 시스템을 고착시킨 직원들은 계속 업무를 담당한다"며 현 관리체제 변화를 강조했다.

 

김기혁 한국공과대 학장협의회장은 "미적분을 모르고 입학하는 학생이 많으며, 과학의 경우도 물리는 거의 안 듣고 화학만 공부해서 대학에 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학점은 130점으로 정해져있는데 고교 교육과정까지 다시 가르치려니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공대생의 현장 역량강화나 인턴제 학점화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론과목 학점이 많이 줄어 어느 정도의 수준의 학생을 길러야할지가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박선종 예당고 교장은 6차 교육과정에서 만들어진 공통 과학과 공통 사회과목을 가르칠 교사를 길러내지 않는 현 시스템에 대해 "공통교사로 오는 사람들 전공을 보면 사실상 다른 분야의 사람들로 교과가 늘어나기만 할 뿐 가르칠 교사들을 부족한 상황"이라며 "교육과정을 개선이 선행된 후 교사들을 대상으로 단기간 연수를 거쳐 해당과목 지도를 담당하게 하는 미봉책은 지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도교사를 양성한 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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