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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 가치’ 스며든 과학기술 교육 필요” 본문
한림원, 6월 23일 ‘제159회 한림원탁토론회’ 개최
‘사회적 가치’ 지향 과학기술교육 혁신 방안 등 논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거대한 변화가 촉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기극복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무엇보다 공동이 겪고 있는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과학기술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이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하 한림원)은 6월 23일 오후 4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학기술교육과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제159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이후 시대(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생하게 될 변화와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기술 분야 교육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토론회는 한림원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 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가치 ▲과학기술 교육 혁신 방안 ▲인재양성 기관으로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등을 중심으로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주제 발표는 이재열 서울대학교 교수와 이태억 KAIST 교수가 맡아 진행했으며, 지정토론에는 성창모 고려대학교 특임교수를 좌장으로 김시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동천 연세대학교 교수, 홍성욱 서울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민구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 변화의 핵심에는 ‘과학기술’이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과학기술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적극적 자세 필요”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는 이재열 서울대학교 교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공공의식 결여가 드러났음을 지적하고, 사회 계층 간 경제·교육 격차 심화 등 ‘초연결 -비대면(untact)’ 사회에서 초래될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은 국가와 사회, 조직 내부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로 하여금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마련하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재난으로 드러난 국가의 민낯은 제각각이었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중국에서는 강력한 국가주의에서 발생하는 폭력성이 드러났고, 미국은 자유를 강조하지만 공익성이 사라진 심각한 불평등 시대가 도래한 듯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문제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와 달리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차별 없이 공정하게 대응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높아졌으며, 여러 가지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며 “그 핵심에는 신속하게 시스템을 구현하고, 정적기술을 찾아 활용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핵심적인 기술 역량을 보존하면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 성공적인 방역의 첫 단추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에 취해 자만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무도 겪어 보지 않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다양한 양상의 복잡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세계화가 차단됐을 때 입을 수 있는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여기에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여전히 문제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전 세계가 위험사회에 진입해 있다고 확인된다”며 “우리가 파괴한 생태계 자체가 위험의 원천이 되고 있고,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재난이기에 앞으로 보여지는 문제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착적인 재난으로 발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우리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제는 배워야 하고, 느껴야 하고, 성찰해야 할 때로, 변화의 과정에서 공공성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협업은 다학제적인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사례로 독일의 탈핵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위원회의 경우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철학자, 사회학자, 인문학자, 과학자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결론을 도출해 냈다”며 “서로 배우는 것이 많고, 생각지 못했던 제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문제 해결에 있어 다학제적 협업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존중이 되고, 그 의견이 적용된 정책이 입안될 수 있는 토대라 마련되어야 한다”며 “과학기술 정책 담당자와 국민들의 사이언스 리터러시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과학기술 교육, 성과 위주에서 사회적 가치 지향으로 변화해야”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는 이태억 KAIST 교수가 ‘사회적 가치 지향 과학기술 교육혁신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기존 과학기술 교육이 ‘기능’에만 치우쳐져 왔음을 지적하고 해외 대학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대학의 과학기술 교육혁신 방안과 전략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의 교육은 철저히 논문, 특허, 성능, 결과 위주”라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면서 이 연구의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서 연구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게끔 교육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과학기술이 미치는 사회적 파급력이 막강함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주도적으로 생각해 내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를 수동적으로 하는 지금의 과학기술 교육에서는 자신이 하는 연구 결과가 어떤 가치를 갖는지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적다”며 “여기에 더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 공감이 부족한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EPFL)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스위스 로잔 연방 공대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글로벌 난제 및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 대학 중 한 곳이다. 사회적 가치 교육 프로그램과 사회적 가치를 통한 기술 혁신,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인식 함양 등의 목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교과목을 개설하고,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등 대학의 기능을 적극 활용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사회적 가치를 안고 있는 이슈들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정답’만 도출하도록 가르친 우리 사회에서는 이 개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던 것 같다”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만 가르치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가치를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건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교수들이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든 과목에서 사회적 가치가 내재화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며, 학생들의 사회적 가치 역량 배양에 중점을 둔 교육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 연계성을 강의 평가 항목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In the World’가 아닌 ‘For the World’를 지향해야 한다”
지정토론에서는 성창모 고려대학교 특임교수를 좌장으로 김시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신동천 연세대학교 교수, 홍성욱 서울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흥미로운 토론이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한 과학기술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 참가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김시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은 과학기술이 사회혁신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바로 사회혁신을 위한 과학기술 교육의 당위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대학이나 기업의 인재상을 기술의 기능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생각하는 ‘사회혁신가’ 양성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과목에 사회혁신을 접목해 주변에 산적한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찾아 솔루션을 찾는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사회혁신 현장과 연계해 현장에서 협력과 소통 등 사회혁신가의 소양을 배워 그 가치와 역할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학기술 방법론으로 ‘리빙랩(Living Lab)’을 제안했다. 리빙랩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 곳곳을 실험실로 삼아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말한다. 삶의 현장이 실험실이기 때문에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실험의 참여자이자 설계자가 되고, 해법을 찾아내는 주체가 된다. 최근엔 과학기술이 더해지면서 리빙랩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가치가 추구되는 새로운 시대에서는 ‘in the world’가 아닌 ‘for the world’를 더 생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과학기술 교육이 그동안 기술 중심 접근에서 이뤄졌다면, 이제는 인문사회적인 접근이 추가된 방식으로 변화해 갈 필요가 있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새로운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천 연세대학교 교수는 “과학기술이 미래의 지속가능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대안 마련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에는 과학기술 혁신과 변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획기적인 기술로 인해 조직이나 사회가 변화되기도 하지만,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문제는 한, 두 가지의 기술로는 바뀌지 않는다”며 “여러 기술들이 함께 작동하는 전체적인 힘으로 미래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과학기술이 확실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 과학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도록 호기심을 발현해 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잘 교육해서 더 나은 사회, 인류에게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팬데믹으로 이분법이 강화된 사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개념이 확장됐다”며 “‘중국인과 그 외 사람들’, ‘대구 지역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 ‘성소수자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 ‘신천지 교인들과 나머지 사람들’ 등 이분법적인 사고에 점점 익숙해져 다른 문제를 촉발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과학기술은 사람이 자연을 이길 수 있고,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해 발전해 왔다”며 “사람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겸손의 기술로 바뀌어야 하며, 교육도 관점을 달리해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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