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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들, 지역 대학 위기 공감…"대학의 역량 강화 통해 혁신 이끌어야" 본문
한림원, 5월 28일 ‘제156회 한림원탁토론회’ 온라인 개최
지역 인재 양성 통한 ‘지역주도 자립적 성장’ 방안과 혁신 전략 등 논의
교육·연구·경제·산업 등의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비수도권 지역의 위기와 사회 갈등이 심화 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인재 양성을 통해 ‘지역주도의 자립적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이하 한림원)은 5월 28일 오후 3시 ‘제156회 한림원탁토론회’를 온라인에서 개최했다. ‘지역소재 대학 다 죽어간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지역사회·대학·산업의 위기와 현황 분석, 주요국의 지역대학 중심 혁신 성공사례를 통해 지역소재 대학의 역량 강화 및 혁신 전략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한림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토론회 주제 발표는 이성준 경북대학교 기획처장과 박복재 전남대학교 교무처장이 맡았으며, 종합토론에는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를 좌장으로 이민원 광주대학교 세무경영학과 교수,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신완선 성균관대학교 기획조정처장,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등이 참여했다.
한민구 한림원 원장은 “중대한 국가·사회적 현안인 수도권 집중현상 완화와 지역균형발전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 대학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지역소재 대학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균형 발전의 성과 창출을 위해 위원회 차원의 고민과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의 일자리를 통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선순환 체계가 정립될 수 있도록 좋은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연구기관 지방분권화, 혁신 플랫폼의 키”
이성준 경북대학교 기획처장은 ‘지역과 산업을 선도하는 거점국립대 및 지역대학 혁신플랫폼 구축’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역사회와 산업, 그리고 지역 대학의 위기를 거론하며 국가 거점 국립대 중심의 대학플랫폼(University Platform) 구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처장은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의 성장동력은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 기관의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의 문화를 이끌어야 할 거점 국립대 역시 혁신 동력이 감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지역의 혁신을 위해선 중앙 정부의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내 각 주체들에게 혁신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거점 국립대와 지역의 대학들이 대학플랫폼을 구축해 혁신을 유도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처장은 거점 국립대가 창의연구 중심대학으로 육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연구기관 지방분권화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혁신을 이루고 있는 전 세계 대학들을 살펴보면 그 지역에 우수한 연구시설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대부분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대전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로, 지역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거점 국립대를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연구기관 분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처장의 말에 따르면 고급 인재들의 지역 이탈이 가속화되는 이유는 인력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관이나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이 처장은 “연구시설의 분산은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며 “연구기관의 지방분권화는 혁신 플랫폼 구축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지역 대학과 지역 사회 협력이 답”
박복재 전남대학교 교무처장은 ‘광주·전남 지역혁신과 대학의 역량강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역 대학의 위기로 지역의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지역민들 사이로 퍼져나가고 있다”며 “지역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역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고, 그들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지역의 대학과 지역 사회의 협력에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COC 사업, 핀란드의 알토대, 독일의 드레스덴, 미국의 디트로이트를 사례로 설명하며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본은 수십 년 전부터 지역 위기를 겪어 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진행한 사업이 바로 ‘COC(Center of Community)’, ‘COC+(Center of Community Plus)’ 사업이다. 박 처장은 “지역대학이 지역재생과 지역 활성화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 지역을 매력적인 장소로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며 “우수 인력들이 지역 대학에 진학하기 시작했고, 지역 구성원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되면서 지역 활력이 살아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드레스덴도 지역대학 중심의 산학연 협력으로 성장한 도시다. 2차 세계대전으로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되며 경제위기 도시로 전락했지만, 90년대 막스플랑크 복잡계 연구소와 지멘스 테크노파크 설립으로 본격적인 도시 재생의 신호탄을 올렸다. 주 정부가 교육 투자를, 드레스덴 공대는 인력 제공을, 기업과 연구소는 연구 협력을 통해 바람직한 산학연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세계적인 연구소들과 1,200여 개 첨단과학기술 기업이 위치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박 처장은 “세계의 대학과 혁신 도시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의 대학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정부, 연구소 및 공공기관, 지역기업, 지역민과 언론이 지역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성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거점 국립대간 통합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KNU(Korea National University)-10’의 역할을 강조했다. 'K-NU10'은 거점 국립대 10곳을 뜻하며, 회원대학에는 강원대학교, 경북대학교, 경상대학교, 부산대학교, 서울대학교, 전남대학교, 전북대학교, 제주대학교, 충남대학교, 충북대학교가 있다.
박 처장은 “거점 국립대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대학의 집단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동의 균형 발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거점 국립대의 연대와 협력 수준을 보다 강력한 네트워크로 발전시켜 ‘파리1~13대학’이나 미국의 주립대학과 같은 연합체 구축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연구기관의 본원이나 분원을 거점대학에 연계시켜 과학기술 연구의 지역 균형을 도모함으로써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 지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혁신의 주체는 지역…올바른 대안으로 혁신 동력 창출해야”
종합토론에서는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를 좌장으로 이민원 광주대학교 세무경영학과 교수,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신완선 성균관대학교 기획조정처장,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등이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지역소재 대학의 현안 및 역량강화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민원 교수는 4차 산업시대를 앞둔 지금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의 노력은 적절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역은 소멸 위기에 처했다”라며 “과거 방식의 노력이 아닌 ‘지역 소멸’을 전제로 한 올바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올바르지 않은 노력을 너무 많이 했고, 올바른 노력은 너무 적게 했다”고 평가했으며, “‘국가 for 지역 for 대학’의 철학이 지배하는 관점에서는 대학이나 지역은 국가의 짐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마강래 교수는 정주환경과 일자리 조성을 핵심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우수 인재를 지역에 머무르게 하는 데는 일자리 정책이 가장 중요하지만, 혁신 인재들이 원하는 정주 환경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혁신 인재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교육공간 뿐만 아니라 볼거리, 놀거리, 먹고 마실거리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완선 기획조정처장은 지역 대학의 발전을 위해선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대학 서열화로 인해 전공의 차별화 및 특성화 대신 대학의 평판도가 미래 교육 자원과 학부모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학입시 배치표 발표를 금지시켜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데이터로 인해 한국 교육의 등급화 및 서열화가 구분되는 구습을 없애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신 처장은 동일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고등교육으로 인해 차별화된 미래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지역 사회의 문제점은 결국 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므로, 대학의 가치를 창업과 같은 미래 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롭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 대학의 포지셔닝을 구분해 국내 투자의 중복을 피하는 한편 글로벌 차원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전했다.
교육부를 대표해 자리한 신익현 고등교육정책관은 “무거운 마음으로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운을 뗐다. 최근 10개 시, 도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모두에게서 절박함과 절실함을 느꼈다”며 “지역 대학의 위기, 지역의 소멸 문제는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답했다.
이어 신 고등교육정책관은 “이제 혁신의 주체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이 되어야 한다”며 “지역에서의 혁신 동력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집중 육성해 지역이 혁신 주체들과 동반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지역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고등교육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그 외 수도권과 지방간 교육비와 연구비의 불균형 등 각종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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