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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사회적 변화 고려한 ‘정신건강 의료체계’ 구축 필요" 본문

정책연구 및 자문/한림원탁토론회

"‘코로나19’ 시대 사회적 변화 고려한 ‘정신건강 의료체계’ 구축 필요"

과기한림원 2020. 7. 2. 08:46

한국과학기술한림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6월 30일 제160회 한림원탁토론회 개최

국내 조현병 환자 실태와 관련 이슈에 대한 과학적ㆍ사회적 대응방안 등 논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우울증과 무기력증 등의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열악한 정신건강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부각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하 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회장 임태환·이하 의학한림원)630일 오후 3코로나19 시대의 조현병 환자 적정 치료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160회 한림원탁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양 기관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대적으로 발생할 사회적 변화를 고려한 조현병 환자의 적정 치료와 재활 시스템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회는 한림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 조현병 환자의 실태와 현황 ▲적절한 치료 시스템 구축 방안 ▲조현병 관련 의료ㆍ사회적 이슈 및 대응 방안 등을 중심으로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권준수 서울대학교 교수(정신과·뇌인지과학과)와 김윤 서울대학교 교수(의료관리학)가 주제 발표를 진행했으며, 지정토론에서는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을 좌장으로 박정근 한국조현병환우회 이사,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교수, 신권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이충헌 KBS 사회부 팀장, 최명민 백석대학교 교수,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한민구 원장은 “국내 조현병 환자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 현실에 적합한 지역사회 치료 및 재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의 조현병 등 정신건강 관련 이슈에 대한 과학적·사회적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 “조현병 및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로 전환해야”

 

첫 번째 주제발표는 권준수 서울대학교 교수(정신과·뇌인지과학과)‘국내 조현병 환자의 실태 및 현황’을 주제로 발제했다. 권 교수는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정신질환은 우리 모두가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일찍 치료를 하게 되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강력 범죄 등으로 대변되는 부정적인 사회 인식과 달리 반사회적 경향이 약하고,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라고 전제했다.

 

권 교수의 말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1%로, 국내에만 약 50만 명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현병 관련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 17만 명에 불과한 실정으로, 예상되는 환자수의 3/2는 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료 사각지대가 명백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전 세계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매우 저조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정신질환자의 22.2%만이 관련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반해, 의료 선진국으로 불리는 캐나다와 미국은 45%를 넘나드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권 교수는 “조현병은 조기에 치료할수록 경과가 좋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해 하루 빨리 정신건강 의료서비스를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정신질환자들은 유독 정신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병식에 대한 자각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각 국가들은 개인의 치료에 있어 법적 및 제도적 영역의 적극 개입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신건강복지법에 의거해 제도를 시행 중에 있지만, 지난 2016년 법이 개정되면서 많은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고 권 교수는 지적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주요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정신질환자의 개념 자체를 축소시킴으로써 조기 치료의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데 있다. 또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면서 입원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병원 소속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의 진단이 필요하게 됐지만, 불필요한 업무만 가중시키고 제정의 낭비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 교수는 “비자의적 입원이 힘들어지면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이 커졌고, 조기 치료를 막는 조치가 되면서 회복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비자의 입원을 대신하는 제도로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의 방법이 있지만, 경찰, 의료기관, 행정부 모두 책임을 회피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공공시스템은 이러한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어떤 기전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관리 부담은 온전히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면서 "중증정신질환자의 질환은 사회에도 큰 부담인 만큼 국가에서 이를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 교수는 "탈수용을 어렵게 하는 현행과 같은 규제보다는 실질적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조현병 환자가 사회에 나왔을 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보건예산을 현재 1.5%에서 5%로 증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관련 예산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

 

김윤 서울대학교 교수(의료관리학)‘조현병 환자의 적절한 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나타났던 의료 시스템 상의 문제점을 통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신건강 치료 측면에서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내 정신건강 관리 체계가 OECD 국가와 비교해 최악인 상황을 언급하며,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해 정신질환의 만성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지역사회 서비스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시설로 내몰고, 만성화 시키는 게 현재 우리나라 정신건강 의료시스템의 현주소”라고 일침했다.

 

그는 낮은 수가와 좁은 급여 범위가 낮은 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의료급여, 정신건강 관련 사업에 쓰고 있는 돈을 모두 합치면 약 5조 원 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문제는 잘못 쓰고 있다는 데 있다”며 “환자는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국가는 돈을 지불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질 낮은 서비스는 회복이 필요한 환자들을 장기 입원하게 만든다. 병원에 있어도 회복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환자의 가족은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이 과중하니 대안이 입원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저수가의 값 싼 장기 입원은 높은 수가 책정을 통한 비싼 진료의 단기간 집중 치료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 낭비적"이라며 제도 재설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에 지역사회 서비스에 대한 급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별도의 수가를 만들어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질환은 상담, 재활, 사례관리, 위기개입, 주거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갖고 병원, 의원, 지역정신건강센터 등을 연계하고 통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찾아가는 정신건강 서비스 필요…정신질환자 향한 사회적 낙인 없애야”

 

주제발표에 이어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폭넓은 이야기가 오갔다.

지정토론에서는 조현병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의료·사회적 이슈 및 대응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을 좌장으로 박정근 한국조현병환우회 이사,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신권철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이충헌 KBS 사회부 팀장(의학전문기자), 최명민 백석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부),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한 전문가들의 폭넓은 이야기가 오갔다.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을 대표해 자리한 박정근 한국조현병환우회 이사는 환자와 가족들을 빈곤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과 같은 정신질환자들은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에서 배제 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은 장애인으로서 받아야 할 복지 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이사는 “복지 시스템에서 배제된 정신질환자들은 기본적인 사회생활 영위가 불가능하다”며 “경제적으로 좌절을 겪게 되면 사회에 대한 분노, 적개심으로 번지고, 사회적인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환자가 경제적 자립이 안 되면 부양의무자인 가족들이 함께 빈곤해진다”며 “환자를 끝내 시설에 입원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은 비생산적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자들의 조기 치료를 위한 의료 체계 구축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이사는 “차별받지 않는 복지 정책을 통해 환자들이 당당하게 세상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 주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조기 치료를 위해 다학제 치료 모델 도입, 방문 진료 서비스 도입, 화상진료 서비스, 다양한 공공의료서비스 전달 체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교수도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설명하며 중증정신질환의 국가책임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정신건강법정이 있어 판사가 다학제팀과 함께 비자의입원 또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심사한다”며 “법원내에서도 정신건강전문가가 서비스 연결 및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독립된 준사법기관인 호주 정신건강심판원은 법조인, 정신과의사, 기타공익위원 등 3명의 위원회를 구성해 비자의 입원과 외래치료지원 등을 본인의 의견을 청문한 후 결정하게 된다. 대상자 지원과 관리는 공공병원(연계대학병원) 주치의가 다학제팀과 함께 관리를 책임지게 되고, 불이행시 경찰 지원 하에 입원 치료를 할 수 있다.

 

백 교수는 “찾아가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통해 정신질환자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역사회의 최후 보루임에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도, 센터의 돌봄 기준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보다 획기적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명민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조현병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낙인이란 낙인이 절대적 진실이나 과학적 사실보다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의미”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 중 일반인이 가장 높게 동의하는 항목이 바로 ‘위험성’이며, 이는 사회적 낙인이 되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격리의 삶을 살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적 배제에 대한 외로움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배제와 통제보다는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존재로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권철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장애와 법의 관계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본 의견을 전했다. 그는 “법이 없으면 신체에 손을 댈 수가 없기 때문에 법에 근거해서만 조치할 수 있다”며 단순히 법적 근거라기보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나 신체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측면에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양날의 칼처럼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국가와 가족의 역할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는 정신건강 관련 의료를 공공의료화 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해 변화를 만들어 가야하고, 가족은 의사결정자로서가 아닌 조력자, 지원자로서의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충헌 KBS 사회부 팀장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언택트’ 관리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현병은 만성적이지만 약물 치료 등으로 관리하면 비교적 잘 지낼 수 있다”며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면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 공유와 관리 체계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팀장은 “정신과 영역도 환자 교육 등에 온라인 강의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조현병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성공적인 극복 사례 제시를 통해 인식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은 조기 치료하면 효과가 큰데 시기를 놓쳐 치료를 하는 바람에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에 정부는 우선조치방안을 수립하고 당장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부터 조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그는 “조기집중치료를 위해 5년 이내 조현병이 발병한 환자는 시스템에 등록해 체계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퇴원 후에도 병원과 연락이 끊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서 사례관리하며 지역사회와 연결시켜줄 수 있는 시범사업을 도입했다”며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 역시 현재 시범사업 단계에서 향후 3년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질의응답 등을 모두 유튜브를 통해 방송하는 온라인 토론회형식으로 진행됐다. 청중들은 유튜브를 통해 발표를 경청하고 실시간 댓글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 해당 영상은 한림원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z7PfXvI8wl4)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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