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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중의 난제를 찾아라”…도전 나선 한국 과학자들의 열띤 발표 진행 본문
22~23일 이틀 간 ‘한국 과학난제도전 온라인 컨퍼런스’ 개최
접수된 92개 연구주제 중 14개 발표…상반기 2건의 난제에 대한 연구단 선정 예정
“이제는 우리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과학자들의 목소리는 결의에 차 있었다. 세상에 없는 연구, 난제 중의 난제를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과학자들은 각자가 고민한 아이디어를 발표하며 난제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하 한림원) 과학난제도전협력지원단(단장 성창모·이하 난제지원단)은 지난 4월 22~23일 이틀 간 서울 엘타워에서 ‘한국 과학난제도전 온라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2020년도 과학난제 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연구자 간 교류 및 상호아이디어 평가 기회를 제공하고,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최적의 연구단 구성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과학난제 후보 9개 주제에 대해 3월 16일부터 2주간 접수된 총 92건의 참여의향서 중, 발표자 선정을 위한 사전 블라인드 심사에서 높은 순위를 얻은 14건의 아이디어 제안자(연구책임자)들이 컨퍼런스의 발표를 맡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사태의 장기화로 온라인 컨퍼런스로 대체되었으나 "한국이 도전해야 할 과학난제를 찾겠다"는 현장 연구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식지 않았다. 제안자들도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진지한 모습으로 열정의 발표를 진행했고, 이틀 간 3,500여명의 청중들이 유튜브를 통해 연구자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실시간 댓글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
몇몇 발표에는 "이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정말 대박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과학의 역사를 바꿀 아이디어다"라는 호응이 쏟아지기도 했고,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하는 좋은 컨퍼런스다"라고 개최 취지에 동감하는 댓글도 있었다.
‘과학난제 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은 과기정통부 융합기술과와 한림원이 2018년 여름부터 준비한 사업이다. 2018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사전연구 및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과학난제의 개념과 조건을 정립했으며,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는 기획연구를 통해 사업성공을 위한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과학기술계 대상 설문조사, 전문가 인터뷰 및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과학난제(도전영역) 후보 주제 9개를 발굴한 바 있다. 9개의 후보 주제는 ▲암정복 재도전 ▲이상적인 장수 실현 ▲감각장애의 극복 ▲깨끗한 에너지원 개발 ▲지구온난화 해결 ▲기초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개척 ▲차차세대 기술 예측 ▲진화의 비밀 탐구 ▲우주의 기원 규명 등으로 당장의 활용보다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확장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컨퍼런스 결과를 반영해 올해 2건의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사업을 기획하여 최적의 연구단을 선정할 계획이며, 하반기부터는 다시 내년에 3건의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새로운 과학난제 후보군을 발굴할 예정이다. 선정된 연구단은 각각 4.5년 간 총 90억원(연 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과학난제에 도전한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컨퍼런스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혁신적인 성과를 내려면 도전하는 R&D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연구자가 분야를 넘어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며 “지금껏 나 혼자 잘하는 연구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혼자가 아닌 집단지성을 통해 어려운 난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고 난제도전 사업의 취지와 강점을 강조했다.
송완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기술과 과장 역시 이번 난제도전 사업에 대해 “주어진 문제를 빨리 푸는 데만 관심이 있었던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될 사업”이라며 “다양한 과학자들의 참여로 난제 해결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발표내용 다시보기] 기초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개척부터 차차세대 기술 예측까지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향연
이번 컨퍼런스는 △(세션1) 앎의 지평 확장: 인류의 역사에 남길 수 있는 지식은 무엇인가? △(세션2) 새로운 과학기술: 대한민국 과학과 산업의 미래를 위한 기술은 무엇인가? △(세션3)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산되고 깨끗한 에너지를 얻을 방법은 없을까? △(세션4) 건강한 삶: 어떻게 건강한 인구 5천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발표자에는 사전 블라인드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아이디어 제안자인 조기현 KISTI 박사, 김정리 이화여대 교수, 김호영 서울대 교수, 김광수 UNIST 교수, 박주홍 POSTECH 교수, 오웅성 홍익대 교수, 심우영 연세대 교수, 이종권 청주대 교수, 오형석 KIST 박사, 국종성 POSTECH 교수, 조광현 KAIST 교수, 박종배 국립암센터 박사, 방석호 성균관대 교수, 이태우 서울대 교수 등 다양한 소속과 연령의 연구자 14명이 참여했다.
컨퍼런스에서는 주어진 과학난제를 서로 다른 접근방식으로 도전하려는 연구자들만의 관점과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먼저 ‘우주의 기원규명’에 대해 조기현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인공지능-첨단 ICT 기술개발을 활용한 암흑물질 실체규명’을 주제로 제안했다. 조 책임연구원은 “암흑물질과 관련된 연구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도 미지의 과학 영역에 해당되고 있으며, 이는 반대로 한국이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라며 “현재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기술과 이를 분석할 인공지능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 충분히 도전의 경쟁력이 있다”고 피력했다.
김정리 교수는 ‘다중신호 천문학을 이용한 우주 난제 해결-허블상수 갈등의 규명’에 대한 연구를 제안, 중력파 관측을 포함한 다양한 관측 연구를 활용해 세계적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우주 진화 분야의 중요한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의 목표는 중력파와 전자기파 관측을 연계하여 허블 상수를 최대한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라며 “독립적인 방법으로 얻은 허블 상수 값을 표준광원으로 구한 측정치 및 우주론적 허블 상수와 비교하여 현대 천문학의 주요 난제 중 하나인 허블 상수 갈등의 요인을 규명하고 우주론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초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개척’ 분야와 ‘차차세대 기술 예측’ 분야에서는 발표자들이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기초연구와 공학 기술의 융합에 도전하는 연구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현재의 문제와 미래 이상향을 반영한 연구자들의 아이디어가 발표되자 온라인 청중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김호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Nano to Macro 트랜스스케일의 창발진화적 인공 morphogenesis’를 주제로, 규모를 넘어서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자기조립기술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나노에서 매크로 스케일로 움직이다 보면 물리적 환경이 달라지는데, 이들을 넘나들며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로선 거의 연구가 되지 않고 있다”며 “나노스케일에서 마이크로스케일로, 마이크로스케일에서 메소스케일로, 메소스케일에서 매크로스케일로 스케일이 점차 커지는 연구가 희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각각의 작은 입자로는 제한된 기능을 갖지만 모여서는 훨씬 강력한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는 '창발성을 지닌 기계' 기술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영화 ‘터미네이터2’나 ‘트랜스포머’에서 볼 수 있던 로봇이나 기계, 약물전달체 등의 개발도 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광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는 ‘AI 기반 융합과학에 의한 혁신적 소재의 창조 및 개발’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혁신적 특성소재 및 에너지 소재 개발은 국가 산업의 근간이며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요소”라며 “전 세계 연구자들과 원격 공동연구를 통해 이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초기능성 소재를 창조하겠다”고 말했다.
박주홍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어떻게 자연재해로부터 경제적이고, 영구적이며, 즉각적으로 인류를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 창발한 새로운 과학 기술 연구 아이디어로 ‘텐세그리티 로보틱스(Tensegrity Robotics) 개발’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텐세그리티는 긴장상태의 안정구조로 튼튼한 통뼈인 구조체와 이 구조체에 달린 연결점들이 서로 밀고 당기며 구조체를 안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 기술이 구조물에 활용될 경우 재해에 강하면서도 비용은 적게 드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웅성 홍익대 스마트도시과학경영대학원 교수는 식물을 매개로 인문과 기술이 융합된 인간-인공의 평화적 회복 시스템 ‘트랜스휴먼트리(Trans Human Tree)’ 개념을 제시했다. 트랜스휴먼트리란 식물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식물을 통해 인간에게 이로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오 교수는 “트랜스휴먼트리를 통해 생물 종 다양성의 회복과 복원, 특정 수목 및 작물의 식생대 확장, 작물 및 천연식품의 생산성 혁신, 식물에서 생성된 유익성분을 통한 인간 신체 능력 강화 등의 기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기술 남용으로 디스토피아가 초래되면서 불안감과 위협은 점차 심각 단계로 번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트랜스휴먼트리를 통해 인류 제반 환경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성창모 단장은 “하나의 과학난제가 아니라 여러 분야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한자리에서 논의되는 것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시도인데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발표내용이 매우 탁월했다”며 “또한 발표된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접수된 92건의 아이디어가 모두 훌륭해서 이 중 2건의 아이디어만 국책연구과제로 선정되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라고 평했다.
이어 성 단장은 “난제지원단 역시 향후 선정된 난제도전융합연구단의 국제 네트워크와 공동연구 지원을 비롯해 난제도전이 성공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도입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며 “또한 지원단의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등을 통해 과학선진국의 난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하반기 과학난제 발굴 시 더 많은 연구자들이 상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컨퍼런스 영상은 유튜브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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