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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받았지만 연구 계속할 것…기후변화 문제 해결 목표” 본문
한림원, 제라드 무루 교수 초청 22일 GIST서 ‘제76회 한림석학강연’ 개최
‘극강의 빛을 향한 열정’ 주제 강연…중·고교생 등 550여명 운집 성황
“노벨상을 받았다고 연구를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므로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이 큽니다. 모든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현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오염된 지구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도 과학자의 몫입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이하 한림원)이 주최하고 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단장 남창희, 이하 CoReLs), 광주과학기술원(총장 김기선, 이하 GIST)이 주관한 ‘제76회 한림석학강연’이 10월 22일 GIST 오룡관 다산홀에서 개최됐다.
201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라드 알버트 무루(Gérard Mourou) 교수는 ‘극강의 빛을 향한 열정’을 주제로 강연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은 중·고교생을 비롯한 550여명의 청중들로 성황을 이뤘다.
1973년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부터 극초단 초강력 레이저의 개발과 이를 활용한 응용 연구에 천착한 무루 교수는 1985년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와 처프된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2018년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CPA는 레이저의 강도를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고 빛과 물질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모두의 일상을 바꾼 획기적 연구로 새로운 과학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루 교수는 유럽연합(UN)이 지원하는 거대 레이저 프로젝트인 ‘Extreme Light Infrastructure(ELI)’를 제안하여 현재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3개국에서 대형 레이저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50년간의 연구 열정, 극강의 빛으로 출력되다”
무루 교수는 극강의 빛을 좇아 연구의 첨단으로 내달렸던 천생 과학자였다. 그는 “최고 출력, 최대 가속화, 최대 온도, 최대 압력을 갖는 극강의 빛은 지난 50년간 나의 열정이었다”며 “게다가 제자와 함께 노벨상을 받을 수 있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1960년대 레이저가 발명된 이후, 더 높은 출력의 레이저를 얻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상당했다. 그러나 출력을 더 높일 경우 광학 장치에 한계가 와 더 이상 진전은 어려웠다. 기술의 정체가 계속됐던 1980년대,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CPA 기술을 창안하면서 레이저 기술은 일대 혁신을 맞이하게 됐다.
물론 CPA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도 레이저는 많았다. 그러나 고강도, 단파장 두 가지 성질을 가진 레이저는 전무했다. 타깃 물질(매질)에 레이저가 닿는 순간 매질을 훼손하거나, 출력을 높이려다 증폭기가 타버리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루 교수는 펄스를 길게 늘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펄스의 시간 폭을 늘리면 그 폭만큼 펄스가 늘어져 빛의 세기가 작아지는데, 매질을 통과한 후의 펄스를 다시 증폭시켜 시간을 압축하면 기존보다 짧고 강한 레이저 펄스를 만들 수 있다”며 “이 기술은 고출력 레이저 펄스를 만드는 표준 기법이 됐고, 매우 정밀한 가공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무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CPA 기술을 바탕으로 물질의 초고속 분광학, 강력한 레이저와 물질의 상호작용 물리, 초정밀 물질 가공 등의 새로운 과학기술분야들이 탄생했다. 현재 CPA 기술로 만들어진 극초단 레이저는 전 세계의 연구실, 의료 시설, 산업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 연구 장비로 사용되고 있다.
거대 레이저 프로젝트인 'ELI(Extreme Light Infrastructure)'를 제안한 무루 교수는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레이저 크기가 더 커질 수 있게 되면 핵의학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또한 핵폐기물 문제로 원자력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 고출력 레이저로 문제를 해결해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무루 교수는 “1957년 우주탐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는 정말 많은 쓰레기를 우주 공간에 버리기 시작했다”며 “초고속 총알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이 잔해들이 궤도 위를 돌고 있는데, 이것을 중간 출력 에너지로 100km 밖의 잔해에 레이저를 쏘면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극강의 빛은 미래 과학자를 위한 희망으로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다”며 “여기 있는 미래의 과학도들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해 나가주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발견을 증명해내는 최초의 사람,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강연이 마무리 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노벨상 수상자를 향한 호기심이 폭발한 시간이었다. 학생들의 궁금증은 과학자의 삶과 역경을 이겨내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무루 교수는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학생들에게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엄청난 발견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것 하나를 최초로 보는 사람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변하게 되어 있다”며 “발견을 증명해내는 최초의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정이 있어야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학생에게는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고 답했다. 무루 교수는 라며 “레이저 연구소에 처음 갔을 때 엉성하고 멋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 감동을 느꼈고 이 연구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그 분야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열정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해결하는 방법에는 왕도란 없었다. 그는 “연구를 함에 있어서 한계에 다다르거나 장애물이 생기거나 할 때 마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CPA 기술을 개발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시도를 했었고, 일상 생활에서도 이 문제 해결에만 몰두했었기에 성공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빛이 무엇인지 알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무루 교수. 그는 “빛과 관련 하나, 하나 밝혀지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도전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연구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반기고 있다”며 “과학자라면 도전을 즐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책임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민구 한림원 원장은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한 무루 교수의 강연을 통해 학생과 연구원들이 연구 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얻게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초청강연을 개최해 과학기술 발전과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림원의 인재양성 정책 중 하나인 한림석학강연은 노벨상 수상자와 외국한림원 회원 등 국내외 정상급 석학들을 초빙해 국내 과학기술인 및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학술적 업적과 연구자로서의 삶, 과학기술 분야의 현안과 정책방향 등에 대한 강연을 개최함으로써 과학문화 확산 및 이공계 인재양성에 기여하고자 2008년부터 시행됐다.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와 노벨상을 배출하지 않는 수학, 공학, 농학, 지구과학 분야의 국제적 석학들까지 다양하게 초청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76인의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이 사업은 복권기금 및 과학기술진흥기금 지원을 통한 사업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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