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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초청 ‘제75회 한림석학강연’ 개최 본문
한림원,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교수 초청
1,000여명 운집 대성황…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대강당으로 장소 변경해 진행
55년 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주목받았던 도나 스트리클런드(Donna Strickland)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교수가 한국의 예비 과학도들을 만나기 위해 강단에 섰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은 2018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를 초청, 7월 12일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제75회 한림석학강연을 개최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의 명성에 1,000여 명이 운집한 이날 행사는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대강당으로 장소를 변경해 진행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대학원생이던 1985년 지도교수 제라드 무루와 함께 레이저의 의학적·산업적·과학적 활용에 큰 기여를 한 CPA(Chirped Pulse Amplification) 기술을 창안했다. 이 기술은 레이저의 강도를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고 빛과 물질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로, 라식 등 안과수술이나 휴대전화 부품 정밀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지도교수와 함께 지난해 노벨상이 수여된 이래 세 번째이자 55년 만에 물리학분야에서 탄생한 여성 노벨상 수상자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발명이 레이저 물리학 분야에 대변혁을 가져왔다고 평가했으며, 정밀기기들이 탐험되지 않은 연구 분야와 여러 산업 및 의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노벨상에 선정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1959년 캐나다 출생으로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McMaster University)에서 공학 학사를, 미국 로체스터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다.
한국 방문이 두 번째라는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CPA기술의 개발과정과 적용분야, 발전방향 등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시간을 통해 청중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변했다.
◆ 모두의 일상을 바꾼 획기적 연구…새로운 과학의 장 열다
스트리클런드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고강도 초단파 광펄스 생성 기술, 즉 CPA 기술은 모두의 일상을 바꾼 획기적 연구로 새로운 과학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이 기술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것은 1985년 미국 로체스터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였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CPA 기술을 고안해 강한 에너지를 갖는 고출력 레이저를 만들어냈다. 그는 “레이저에서 나온 펄스 세기를 크게 키우려면 증폭 장치를 사용해야 했는데, 빛이 세면 이 증폭 장치가 손상을 입어 광세기를 증폭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당시 레이더에 쓰인 기술을 변형시켜 레이저에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광섬유 또는 두 개의 격자를 이용해 짧은 레이저 펄스를 파장의 성분에 따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펄스의 시간 폭을 늘렸다. 그러나 시간이 늘어난 만큼 빛의 세기는 작아졌다. 그는 그 빛을 증폭시킨 후, 다시 격자 두 개를 이용해 시간을 압축해 매우 큰 세기와 짧은 시간 폭을 갖는 레이저 펄스를 만들어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짧은 레이저 펄스를 증폭하려면 증폭기기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이를 길고 작은 세기의 펄스로 바꾼 후 다시 증폭시켜 시간을 압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기존보다 짧고 강한 레이저 펄스를 만들 수 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러한 원리를 ‘레이저 망치’로 표현했다. 그는 “예를 들어 못을 박을 때 손가락으로 누르면 못이 안 들어가는데 망치로 세게 칠 땐 들어가는 원리다”라며 “손가락으로 누르는 시간 폭과 망치로 내려치는 시간 폭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매우 큰 세기로 짧은 시간 안에 내려치면 들어간다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이후 고출력 레이저 펄스를 만드는 표준 기법이 됐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는 펄스 폭이 2피코초(ps·1ps 1조분의 1 초), 에너지는 1mJ(1000분의 1J)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펄스 폭이 펨토초(1000조분의 1초)나 아토초(100경분의 1 초), 세기는 페타와트 (PW·1PW는 1000조W)에 이를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라며 “앞으로도 더 짧은 펄스, 더 높은 세기의 레이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한민국은 과학으로 성공한 대표적 나라…노벨상 응원할 것
강연이 마무리 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스트리클런드 교수에게 향한 관심만큼 청중의 질문도 끝없이 이어졌다.
청중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노벨상 수상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러한 질문에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노벨상 이후의 삶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라며 “사실 조용히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살아있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 여성은 제가 유일한데, 그 점이 더 흥미로운지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는 것 같다”라며 “운이 너무 좋았는데,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즐겼던 것이 노벨상 수상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는 의견에는 “과학자에게 실패는 있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는 것이 아닌, 모르는 것에 도전해야만 과학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모든 것이 가설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미리 단정할 수 없다”라며 “제일 좋은 것은 실수를 하도록 만들어 주되, 그에 대한 결과를 쉽게 잊지 않도록 하게 하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이공계 인재들이 의과대 진학에 매달리는 데도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북미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의대로 진학하는데 주로 높은 보수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컴퓨터공학 분야의 보수가 늘고 있는 것과 같은 변화로 시선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도들이 노벨상만을 목표로 연구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중요한 업적을 쌓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운이 따라야 한다"며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목표로 경력을 쌓는 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실망만 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학기술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핵심요소이므로 재능 있는 학생들이 과학기술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이번 강연에 보여준 흥미와 열정에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대한민국은 지난 50여 년 동안 국가적으로 이공계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많은 발전을 이룬 나라다”라며 “앞으로 최초의 한국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게 되길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이번 강연을 통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분야와 수상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정상급 석학들의 초청강연을 개최함으로써 과학기술 발전과 인류의 삶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림원의 인재양성 정책 중 하나인 한림석학강연은 노벨상 수상자와 외국한림원 회원 등 국내외 정상급 석학들을 초빙해 국내 과학기술인 및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학술적 업적과 연구자로서의 삶, 과학기술 분야의 현안과 정책방향 등에 대한 강연을 개최함으로써 과학문화 확산 및 이공계 인재양성에 기여하고자 2008년부터 시행됐다.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와 노벨상을 배출하지 않는 수학, 공학, 농학, 지구과학 분야의 국제적 석학들까지 다양하게 초청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74인의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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