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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 및 자문/한림원탁토론회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 사회, 변화 양상과 대응방안은?

과기한림원 2019. 10. 7. 11:35

9월 26일 ‘제142회 한림원탁토론회’ 개최

인공지능이 야기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범분야적 대책 논의

 

제142회 한림원탁토론회가 9월 26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기술의 활용으로 인한 영향력이 사회 각 방면에 확산되면서 연일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계를 비롯한 법률·경제·산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하 한림원)은 9월 26일 오후 3시 코리아나호텔에서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 사회,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를 주제로 제142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의료, 로봇, 항공우주, 뇌공학 등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으며, 응용 분야의 확대로 인해 기술에 대한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인공지능 성능 향상에 따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인공지능의 수준에 미치려면 한참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유토피아론과 디스토피아론은 서로 엉키고 부딪히고 있다.

 

이와 관련 한림원은 그간 과학기술 측면에서만 판단했던 인공지능 기술의 영향력을 범분야로 확대해 들여다보고, 향후 발생하게 될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종합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진형 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전(前) 인공지능연구원 원장)와 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노영우 매일경제신문 국제부장이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한민구 원장은 “인공지능이 우리 삶과 사회에 폭넓게 적용되는 것은 바꿀 수 없는 흐름”이라며 “법률,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현황 진단과 나아갈 방향, 대응책 등을 논의하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사회적 모멘텀을 키우고자 한다”고 이번 토론회의 개최 취지를 밝혔다.

 

◆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을까?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진형 교수는 ‘인공지능의 본질, 그 능력과 한계’를 주제로 ‘과연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가’라는 이슈를 던졌다.

 

그는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좁은 분야에서 깊게는 잘 파고들지만 단일 기능만 수행하는 데 반해, 사람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현재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더 능력이 출중해야 하는데,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난 인공지능은 언제쯤 나타날 수 있을까. 그는 “전문가 350명의 예측에 따르면 120년 후에는 모든 인류의 직업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고, 모든 업무에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잘 할 확률은 월등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간은 욕심이 많기 때문에 똑똑한 하인에서 만족하지 않고, 하인의 지능을 자신의 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도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상당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연결이 된다면 전지전능한 인간이 되는 건데, 이런 부분에서는 윤리적 이슈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상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론적으로 인류에게 인공지능의 출현은 종교의 시대에서 이성의 시대로 넘어온 것만큼의 파급효과가 있겠지만, 아직까지 인류 사회는 철학적으로, 또 지적으로 인공지능의 부상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 과연 우리는 신뢰해야 하는가?

 

이어 홍성욱 교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인간을 차별하는가’를 주제로 재범 확률 예측과 같이 불확실하고 복잡한 이슈에서 인공지능이 지니는 문제를 지적하고 완화를 위한 정치적·기술적·법률적 방안을 제안했다.

 

홍 교수는 미국 사법부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위험평가 알고리즘 ‘COMPAS’를 설명하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COMPAS는 피의자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해 판사에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 유색 인종의 재범 가능성을 훨씬 크게 산정한다고 드러나 논란이 됐다”며 “부당하게도 백인은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저위험군으로 분류됐고, 흑인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런 알고리즘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결국 흑인들이 오랫동안 감옥에 갇히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될 것”이라며 “이는 인종 간 불평등과 차별을 더 심화시키고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악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정확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재범률을 판단하는 COMPAS 알고리즘과 사람들의 판단을 비교해 본 논문이 실렸는데, 같은 데이터를 놓고 비교했을 때 놀랍게도 인간의 판단이 전반적으로 우세했다”며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판단하는 문제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응용은 훨씬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 인공지능의 등장, 자본주의에 미칠 영향은?

 

노영우 매일경제신문 국제부장은 ‘AI 자본주의’를 주제로 기술진화에 따른 경제시스템의 발전 모습을 발표하며 대변혁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네모난 경제가 볼록하게 바뀌었고, 다시 평평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네모난 경제는 노동과 자본이 보완적인 관계를 맺을 때를 말한다.

 

노 부장은 “모든 사람이 한 자루의 삽을 들어야 하던 시절, 생산 기술의 발달로 기계와 자본이 한 자루의 삽을 들고 있던 사람을 대신해 일하기 시작했다”며 “기계를 하나 더 들여오면 인력을 줄일 수 있는 볼록한 경제가 됐다”고 부연했다.

 

평평한 경제란 기계가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경제다. 사람보다 더 바둑을 잘 두는 알파고가 나왔고, 수술을 잘하는 다비치가 나왔고, 무인점포가 확산되고 있으며,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 도로를 달린다. 평평한 경제로 접어들면서 기계와 인간은 서로를 밀어내는 관계로 변한 것.

 

그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전체적인 생산성은 발전을 하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실업이 만성화되고, 자원배분은 왜곡될 것이며, 양극화는 심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자본주의에 미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분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고 지적했다.

 

노 부장은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주의란 코코넛을 먹을 사람은 한 명 뿐이지만 코코넛을 따는 로봇은 계속 만들어지는 세계로, 성장은 이뤄지지만 고용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정부가 돈을 풀어 일자리 몇 개를 만든다고 이 경제의 딜레마는 해결될 수 없으며, 기존의 방식을 뛰어 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토피아 or 디스토피아?…“사회안전망 강화 필요”

 

주제발표 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김경만 서강대 교수,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데이터이코노미스트가 참여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분야별 특성을 바탕으로 보다 전략적인 제언을 통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자로는 김경만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임영익 인텔리콘 법률사무소 대표,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데이터 이코노미스트 등이 참여했다.

 

김경만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이 초래할 사회적 결과에 대해 설파했다. 김 교수는 인간의 동기유발과 결속력,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과 독점으로부터 야기되는 지배와 권력이 문제가 될 것이라 단언했다.

 

그는 “기술의 진화로 인간들 사이의 감정적인 에너지가 떨어진다는 것은 미래의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인간 사이의 결속력이 떨어지는 것 역시 스마트폰 등 기술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우버 택시의 사례를 들어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문제를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 정해둔 소득을 벌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우버의 택시 플랫폼의 입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버의 입장에서 볼 때 택시 이용자들을 많이 태우려면 러시아워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택시가 도로에 많이 있어야 하는데, 택시기사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확보된 상황에서 러시아워에 뛰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버는 택시기사들이 어느 정도 수익을 달성했을 때도, ‘이곳으로 가면 수익을 더 낼 수 있다’는 식으로 정보를 흘리는데, 사실 그 정보는 엉터리인 경우가 많다”라며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의 정보 습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될수록 심화된다”고 강조했다.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데이터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향후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일부 직업, 산업, 계층에 위험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 일자리의 43%가 자동화 고위험군이며, 사무와 판매, 기계조작 종사자 등 3대 직업이 고위험 일자리 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데이터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은 범용기술로 산업 전반에 도입되어 과거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될 수도 있겠지만, 실업과 양극화 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 위험이 특정 직업이나 산업, 계층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감소 사이에 극심한 딜레마에 직면 할 것”이라며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여 다양한 고용형태와 탄력적인 인력운용이 가능한 유연한 노동시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취약계층의 일자리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강화에 적극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영익 인텔리콘 법률사무소 대표는 법률과 인공지능 융합의 긍정적인 면을 피력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법률자료의 검색을 도와주거나 숨어 있는 함정을 찾아준다면 경험이 약한 신규 변호사도, 시민들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판례와 법률의 세계를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법 친화적인 생활 문화가 가능하게 되고, 이러한 기술 융합을 통해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법률인공지능이나 리걸테크 분야는 아직 생소하고 발전 가능성이 불투명하지만 청년 변호사들이나 혁신가들이 이 분야에 눈을 뜨고 창의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면 새로운 법률 서비스 패러다임이 만들어 짐과 동시에 시민들도 더 유익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과 인공지능의 융합은 세계적 추세로 여러 방면으로 이롭게 하는 측면이 있으니 각종 규제와 데이터 개방에 대해 미래 지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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