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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석학들, 올림픽 메달리스트만큼의 예우 필요" 본문
[한림원이 만난 사람]유욱준 총괄부원장…영아카데미 설립, 과학기술인유공자법 시행 등 예고
정책연구·해외네트워크·과학대중화 등 한림원 3대 핵심기능 강화 계획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연구재단과 함께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의 주관기관을 맡게 되었습니다. 시행령 마련과 유공자 선정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계 유공자들에 대한 예우나 석학들에 대한 대우가 다른 국가나 타 분야에 비해 다소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이번 정책을 시작으로 점점 더 나아질 것일라 기대가 됩니다. 새로 부임하신 이명철 원장과 함께 한림원 총괄부원장으로서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이하 한림원)의 새 집행부가 출범했다. 첫 의약학부 출신 수장인 이명철 원장을 비롯해 적극성과 리더십(leadership)을 갖춘 인사들이 다수 포진되며 회원들의 많은 지지와 기대를 모았다. 그 중 눈에 띄는 인물 중의 하나가 유욱준 총괄부원장이다.
KAIST 의과학대학원장 출신인 유욱준 부원장은 국내 1호 분자생물학자로서 유전자 발현 연구, 유전병 연구, 초파리를 이용한 질병유전자 기능연구 등 분자생물학 및 의과학연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를 냈으며, 한국형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도입으로 의과학자 인력 양성에 기여했다. 특히 분자생물학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연구실 차원에서 진행한 '바이오메디컬워크숍(Bio Medical Workshop)'은 10년간 국내 의과대학 종합병원 스텝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인 1200명이 다녀갔고, 의과학대학원 및 의과학연구센터의 모태가 되었다. 현재 KAIST 의과학연구센터는 우수한 교수진과 연구 성과로 바이오 기반 융합연구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관 중 하나다.
유욱준 부원장은 연구자로서 학문적 성과 외에 프로젝트 추진력과 기관 경영능력으로도 신망이 높아 한림원 회원들 사이에서도 여러 차례 추천이 있었고, 이번에 상황과 시기가 잘 맞아 집행부에 합류하게 됐다.
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제반 업무를 관할하고 이사회 간사직을 수행하는 자리다. 유 부원장은 총괄부원장 직에 대해 "원장과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표현하며 "그동안 이명철 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서로의 공적(功績)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있었고 한림원의 비전 및 방향성에 공감대를 갖고 있어서 빠르게 신뢰관계를 쌓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석학들을 대표하는 기관인 한림원의 국내외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힌 유욱준 부원장을 만나 향후 한림원 운영 계획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한림원 3대 핵심역할 강화 위해 노력할 것"
"한림원의 위상을 위해서는 정책 활동이 중요합니다. 과학기술계 석학들이 모인 만큼 전문가로서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자문을 맡아야 하죠. 미국의 NAS(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경우 정책담당직원이 200여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를 갖추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림원의 경우 아직까지 예산이나 인력 등에서 여력이 크지 않지만, 최근 과학기술유공자법이나 미래지구위원회 등 새로운 사업이 많아지며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고 있습니다."
유욱준 부원장은 한림원의 핵심역할로 △과학기술정책연구 및 자문, △해외 과학기술기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교류 △과학문화 창달 등을 꼽았다. 시상사업과 출판,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사업 등 다양한 활동도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주요 임무에 대해서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명철 원장과 유욱준 부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구상 중이다. 먼저 정책 활동을 위해 정책 전담 직원을 확대하고 정책연구소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과학기술유공자법이다. 지난 연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큰 과학기술인을 과학기술유공자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과학기술유공자로 지정하고 예우 및 지원을 하는 내용이다. 복지시설의 편의제공, 공훈록 발간 및 연구업적 홍보, 국가과학기술정책 자문 등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으로 하여금 과학기술유공자에 대한 우선적인 정년연장 및 정년 후 재고용 등을 적극 장려하고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유 부원장은 "중국의 경우 한림원 회원이 되면 연구자들은 물론 전 국민에게 존경 받고 연구비 및 정년 등에 있어서 큰 혜택을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인 유공자들을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만큼의 예우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학자들이 금전적 보상보다 사회적 예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번 과학기술유공자법이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진작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한림원이 중요한 사업의 주관기관이 된 만큼 공정한 선정과정과 필요한 시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림원 지도부는 해외 네트워크 구축 및 교류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새로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먼저 얼마 전 발족한 미래지구한국위원회는 2012년 6월, 브라질에서 개최된 '제3차 UN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Rio+20)'에서 채택된 공동 선언문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를 이행하기 위한 국제연구프로그램에 한국을 대표해 참여한다. 미래지구 프로젝트는 인간의 각종 활동이 전 지구적 환경변화와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 등을 일으킴으로써 결국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의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프로그램으로 국제적인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또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위해 ‘영(young) 아카데미(가칭)’ 설립을 준비한다. 유 부원장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이미 젊은 연구자들을 주심으로 한 국제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한림원도 연구의 전성기를 맞은 45세 이하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그룹을 만들어 연구에 있어서 실질적인 국제 교류를 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2017년 예산으로 10억원 가량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좋은 연구자들을 선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바이오분야 전문가인 유욱준 부원장은 연구 문화 및 환경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의사와 기초과학자, 공학자 등이 함께하는 융합연구가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과학자들이 함께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내는데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도록 데이터제작(data producing)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연구문화 및 정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연구자들의 도덕성이 함양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연구자들의 자정능력으로 연구비 지원과 연구 성과에 대해 검증이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가장 적합한(right) 연구자에게 역할과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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