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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청소년과학영재사사

일반고 학생에서 과학도로…“멘토가 계셔서 가능했죠”

과기한림원 2013. 12. 20. 12:04

 

 

 

나이 지긋한 과학자와 젊은 과학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모습이 꽤나 익숙해 보인다. 같은 이공계에 몸을 담고 있어서인지 나이와 세월의 벽을 이미 넘은 것처럼 ‘하하호호’다.

 

할아버지와 손자뻘인 이 두 사람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청소년과학영재사사(師事)’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 인연을 맺었다. 청소년과학영재사사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중·고등학생들을 선발해 한림원 회원인 석학과 1:1 멘토-멘티를 맺어주어 멘티들에게 과학기술인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다.

 

공식적으로 사사프로그램이 지원되는 기간은 5개월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박윤수 학생은 어느덧 KAIST 물리과 3학년생이 됐고 전일동 연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여전히 박윤수 군의 멘토로 그를 격려하고 지원한다.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3월 ‘중력렌즈 효과의 편심유도(an eccentric derivation of the gravitational-lens effect)’를 주제로 모던피직스 저널에 논문을 공동으로 게재하는 등 연구성과도 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이론 등 이공계 대학생들도 풀기 어려웠던 내용을 분석하며 논문을 썼던 터라 고생도 꽤나 했을 듯한데 박윤수 학생은 ‘좋아하는 연구를 전 교수님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을 뿐’이라 일관한다. 전 교수는 그런 박윤수 학생이 꽤나 기특한지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2008년 개설된 한림원의 ‘청소년과학영재 사사 프로그램’은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고 잠재적 능력이 탁월한 중고등학생이면 매년 2∼3월중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연간 30여명을 선발해 한림원 회원 석학과 학생간의 1:1 사사와 교류, 한림U-멘토링, 한림미래과학캠프, 한림원 회원 석한멘토연구실 탐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분당 과기한림원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두 사람에게 사사프로그램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참여동기와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 애정 어린 조언을 들어봤다.

 

 

 

 

전 교수는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일본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로 국민의 자긍심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때다. 그때 일본의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 교수가 일본 최초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국민들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를 보며 과학의 꿈을 키우던 이공계생들이 많았고, 전일동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전 교수는 동 시대를 살고 있는 유카와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유카와 교수 연구소에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와 대화를 하면서, 아니 그가 연구실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자극제가 됐다.

 

과거에 그가 느꼈듯 멘토, 그리고 선배란 많은 대화가 없더라도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사사프로그램으로 그를 이끌었다.

 

 

Q. 어느덧 박윤수 학생이 대학교 3학년이 됐습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처음 봤을 때 인상이 성실해 보였고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웃음). 고등학교 3학년이라 입시 준비 때문에 얼마나 연락을 하고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물리학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학생으로 내 강의에도 열심히 와주고 풀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 문제도 시간을 들여 풀고 연구하는 등 정말 성실한 학생입니다.

 

 

Q. 일본 첫 노벨물리학상 유카와 교수와의 연구활동 외에도 멘토를 자청하게 된 이유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사사프로그램을 하기 전 어느 고등학교에서 ‘석학과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과학자들이 지녀야할 마인드를 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뛰어난 과학자가 되기 위해 단순히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실체를 보는 눈을 키워야하는데 그 시기가 고등학교 때부터라면 참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석학과의 대화는 질문 한두 마디 주고 받는 게 다여서 늘 아쉬웠습니다. 그때 사사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기회가 주어져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나 또한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던 것이 매우 도움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우리를 가르치던 과학 교사들은 대부분 시간강사였지만 내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 그들은 대학교수들이 돼 있었습니다. 교정에서 그들과 한 두 마디 주고받았던 이야기가 정말 큰 도움이 됐지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천문학이나 물리학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밑바탕에 있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과학에 더 관심 갖도록 도움을 주는 것에 나 스스로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Q. 멘토로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아까 말했듯이 ‘과학자로서의 마인드’입니다. 또 하나는 적당히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깊게 파고드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강의를 듣고 질문하는 생활을 하지만 대학원생이 되면 본격적인 연구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문제를 풀다 막히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랬지요.

 

박윤수 학생을 멘토링 할 때도 답은 알고 있지만 본인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었습니다. 본인도 열심히 해 주었고 노력해서 따라와 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세대 차이가 큰데 대화 나누시기는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당연히 살아온 날들이 다르기 때문에 세대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물리학에 있어서는 박윤수 학생과의 사이에 벽 같은 게 있다거나 하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Q. 박윤수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연구 그리고 공부는 누가 열심히 하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열정으로 가지고 스스로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리학과 학생이니 물리학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열정을 잊지 않으면 길이 열릴 것이라 믿습니다. 연구과정에서 고통은 누구나 다 겪는 일입니다. 어려움을 이겨내야 앞으로 나아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박윤수 학생은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천문올림피아드에 참가하는 등 과학도로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공식적인 천문올림피아드 홈페이지는 있었으나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사이트나 블로그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워 자체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천문학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2009년 천문올림피아드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림원의 사사프로그램 소개를 보고 신청을 고민했다.

 

“사실 마음은 굴뚝같았어요. 그런데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더 열심히 공부해 내년에 꼭 지원하겠다고 다짐했죠.”

 

일 년 후 다짐대로 사사프로그램에 선발이 된 그는 전일동 교수를 만났던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천문학을 하려면 물리학이 꼭 필요하다는 전 교수의 조언에 따라 물리학과에 진학했고,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심화된 내용도 전 교수를 통해 공부했다. 그에게 전 교수는 존재만으로도 스승이자 인생의 멘토로 큰 힘이 된다.

 

 

Q. 사사프로그램은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분야별로 훌륭한 교수와 고등학생이 1:1로 매칭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크게 끌렸습니다. 멘토의 이야기만 들어도 공부 등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꼭 하고 싶었지요.

 

 

Q. 전일동 교수님과의 첫 만남은 어떠셨나요?

 

젊은 시절의 교수님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 전 교수님을 뵐 때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오촌 아주버님도 전 교수님의 제자더라구요.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셔서 그런지 친근하다고 할까, 크게 거리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Q. 교수님께 들은 조언 중 가장 도움이 된 말은 무엇인지요?

 

공부하면서 마음 한켠에 늘 불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국제대회나 한림원의 사사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우수한 친구들에게 뒤쳐지는 것 같아 늘 걱정스러웠고 이렇게 계속 공부를 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요.

 

그런데 전 교수님께서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늘 불안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고 그 말에 위안도 많이 됐습니다. 연구자들 모두 약점을 가지고 있어 연구에 대한 불안도 있지만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연구성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옛날이야기를 들을 때면 교수님도, 과학자들도, 물리학자들도 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또한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Q. 사사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았던 점은?

 

고등학생들은 대학교 교수님들과 만나거나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일반고 학생들은 더더욱 그렇지요.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훌륭한 교수님들이 자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는 것, 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해주는 자체로도 도움이 됩니다. 과학기술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정말 도움 되는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또 우주론에 관해 이전에 비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교수님께 지도를 받으면서 내가 가진 서적에서 찾을 수 없는 재미있는 결과들과 더 어려운 심화된 내용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틀린 개념이나 반드시 알아야 했던 개념들을 교수님께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림원의 청소년과학영재사사 프로그램은 혼자서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어보였던 천체물리학자라는 길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해줬어요.


 
Q. 미래의 꿈은 무엇인가요?

 

물론 과학자가 꿈입니다. 천문에 관심이 많아 최근에는 충남대 천문연구실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실에서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연구경험도 쌓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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