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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한림국제심포지엄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

과기한림원 2015. 4. 17. 15:21

 

과기한림원, 과학의 달 맞아 4월 10일 서울 플라자호텔서 개최
신중한 정보 전달·실추 과기 신뢰 회복 소통 필요 등 의견 모아

 


지난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지진 전문가로 활동했던 7명의 과학기술자 자문위원은 불성실하고 사려 깊지 못한 판단으로 많은 시민을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받았다. 이후 이탈리아 재판소로부터 7명 중 단장을 뺀 6명의 과학자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하는 등 현재까지도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 10일 오전 9시 45분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제22회 한림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림원 정책학부가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토마스 조던(Thomas H. Jordan) 남캘리포니아대학 지진센터 소장과 악스 자히르 (Aks Zaheer)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석좌교수, 한림원 정책학부 회원인 김경만 서강대학교 교수, 김학수 서강대학교 교수, 성창모 녹색기술센터 소장, 신동천 연세대학교 교수 (한림원 정책학부장)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심포지엄의 조직위원장은 신동천 연세대학교 교수가 맡았으며, 과학과 재해 예방, 복지 창출을 위한 과학자의 역할, 과학자와 대중의 사회적 신뢰 제고 등 총 3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과학기술인들은 ▲정확한 과학적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되 시민들에게 정보 의미를 분석하고 의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재난 리스크 평가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 ▲잘못된 정보는 수정하는 등 신중한 과학적 정보 전달 등 의견을 모았다. 

 

 

라퀼라 지진통한 교훈…"정확한 커뮤니케이션 전달, 과학기술자 행동규범 필요"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사태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과학자 집단의 자문활동이 이뤄지게끔 사전 팀워크 형성에 강조점을 둔 '자문행동강령'을 제정해 과학자들이 스스로 숙지하고 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토마스 조던 미국 남캘리포니아지진센터 소장과 김학수 서강대 교수가 첫 번째 세션 (과학과 재해 예방)에서 라퀼라 사건을 예를 들며 과학자·정부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과학적 관점 등을 분석했다.

사회과학자인 김학수 교수는 '라퀼라 지진은 시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대처와 그에 따른 과학기술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김학수 서강대 교수.

 

그에 따르면 2009년 1월 이후 라퀼라시 주변지역에는 잦은 지진과 진동이 관측되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연구소에 다니던 한 과학자는 지진관련 전문가가 아니었으나 어느날 TV에 출연, 라돈 가스배출량 측정을 통해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라퀼라지역에서 북남쪽으로 50km떨어진 곳에 큰 지진이 임박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인터뷰로 라퀼라 시민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고 이태리 정부 국민보호처장은 '비전문가 견해는 거짓'이라며 그가 더 이상 발언하지 못하게 조치시켰다.

이후 국민보호처장은 산하기관의 지진전문가 교수 6명과 국민보호처부처장 1명 등 총 7명으로 방문조사단을 꾸렸다.

 

그러나 방문조사단은 45분의 자문회의를 했지만 현장 회의록도 정리하지 않는 등 매우 형식적인 현장참여를 했다. 심지어 조사단장인 국민보호처 부처장은 어느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시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빈번한 소진동들은 큰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어떠한 위험도 없다"는 등 비과학적인 분석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가 나간 후 과학자들은 어떤 수정이나 보충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발표를 믿은 29명의 피난 시민들은 다시 라퀼라에 돌아왔으나 일주일 뒤 6.3지진이 일어나고 300여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김학수 교수는 "이 사건은 지진예측문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문제였다"며 "과학기술자가 사회적 자문활동에 나서는 이상 사회적 행동책임이 따르게 되는 만큼 자문행동에 민감하게 행동하고 고민하며 얼마나 훈련되어있는지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자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조사단에 포함이 됐다면 어떠했을까"라고 질문하며 "시민들의 불안감 조성을 없애기 위해 형식적인 것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 분석된다. 의사, 시민 등이 참여해 지진 후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의 치료방법이나 운반법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위원이 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 토마스 조던 미국 남캘리포니아지진센터 소장.

 

지진 전문가이자 지진대비 연구를 수행하는 토마스 조던 소장은 "대규모 지진발생확률을 예측하는 것은 몇 퍼센트를 넘기지 않는 낮은 수준으로 정보의 가치가 명확하지 않다"며 "과학자들의 섣부른 대답은 위험하다. 잘못된 정보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으로 확정적인 대답이 아니라 예보, 경보를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면 일반 대중들이 직접 조언하게 되고 잘못된 정보가 SNS를 통해 퍼지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이면서도 권위가 갖춰진 OEF (지진예측기술)가 재난 리스크 평가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확한 과학적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돼야하며 이 정보가 어떤 의미인지 대중인식에도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락하는 과학자 신뢰 "책임통감하고 공동 노력해야"

 

"과학에 대한 신뢰가 크게 실추되었다는 사실은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황우석 사태를 들을 수 있으며, 미국 내에서 대중의 과학의 신뢰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과학계가 대중의 신뢰하락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정보차원에서 공동의 노력을 펼치고자 회의 또는 싱크탱크와 같은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악스 자히르 교수)

 

이어진 세션에서 악스 자히르 미국 미네소타대학 교수와 김경만 서강대 교수는 '과학자와 대중의 사회적 신뢰회복'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김 교수는 개발한 연구결과가 뜻하지 않게 전쟁에 사용되어 자연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알게된 과학자 갤스톤의 정부 비판과 시험관 아이의 탄생에서 비롯된 사회적 논란, 회사 이익을 위해 어느 질병을 필요 이상으로 커다란 사회문제로 만든 사례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과학에 대한 회의/신뢰비율을 낮춘다는 것은 과학자 자신이 자신의 연구와 행위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적 성찰을 통해 가능하다"면서 "과학의 자율성은 과학에 대한 신뢰없이는 보장될 수 없는것이며, 과학에 대한 신뢰는 그들이 연구활동을 사회에 설명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한에서 허용된다"며 '과학의 자율성=신뢰'가 서로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악스 자히르 교수는 1950년대 매우 높았던 과학의 신뢰가 떨어진 이유를 ▲발표된 대다수 연구결과에 만연한 양성오류 ▲인터넷 이용 보편화를 통한 정보홍수에 따른 대중의 신뢰 실추 ▲언론의 반과학적 보도 등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에 대한 정당성을 회복하는 길은 고단하며 불확실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경우 과학은 물론, 과학의 근간이 되는 사회에 심각한 손해를 입힐 것으로 과학계가 서둘러 대중의 신뢰하락을 막거나 더디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히르 교수는 '과학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한 여러 기관의 공동계획을 가질 것'과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의 계속적 모니터링', '대중과의 소통' 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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