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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 한 목소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지역 확산 방지 총력 필요" 본문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과기한림원-과총 주최 긴급토론회 개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주제로 해결책 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국내를 포함,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을 주제로 긴급 공동원탁토론회를 열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진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큰 혼란이 야기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일 처음 발생한 후 중국에서만 누적 사망자와 확진자가 각각 560명과 2만8,000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6일을 기준으로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다.
이에 한림원과 한국과총, 과기정통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의·과학기술 관점에서 들여다 볼 필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발생하게 될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모색을 위해 긴급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용석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생물학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종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한민구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수의 증가 추세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증가 속도를 추월하면서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과학적 근거와 사실에 기반을 둔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긴급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며 토론회 개최 배경을 밝혔다.
김명자 과총 회장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가장 큰 장애는 실체를 '모른다'는 사실"이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회적 동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계에서도 이 사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고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 전문가들 “지역 확산 방지에 총력”…감염예방수칙 중요성도 피력
‘감염환자 대책 관리와 전염 예방 대책’에 대해 발표한 이재갑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지역 내 전파 차단을 급선무로 지적했다. 그는 “중국 외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상태로 지역 내 전파가 시작되면 사실상 연쇄 감염 차단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며 “지역사회 전파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해 서너 수 앞보고 전면전을 치른다는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한국인 남성이 17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국 외 국가 유입 환자는 일본에 체류했던 12번째 확진자, 태국을 방문했던 16번째 확진자에 이어 3명으로 늘었다. 중국 외 국가에서 감염된 경우, 현재 감시 체계에선 초기 선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지역 내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추적조사 결과 보통 증상이 강해지면서 전파가 진행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초기 무증상 상태에서 전파 가능성이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민감하지 않은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초기에 전파될 수도, 감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빠른 전파 속도에 비해 전염력 자체는 사스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염력은 ‘기초감염재생산지수’로 따지는데, 이는 감염자 한 사람이 감염 가능 기간 동안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 수를 가리킨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의 전염력은 초창기 1.4~2.5점대로 추정되다가, 최근 들어 2.5~3.3점으로 점차 전염력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스가 4점대, 신종플루는 1.4~1.6점대이며,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전염력은 지역사회 내에서 0.4~0.9점, 병원 안에서 4점대로 나타났다.
그는 “전염력이 낮아도 지역 전파가 시작되면 감염 확산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나서서 사망자와 중증감염을 줄이는 '피해 최소화'로 대응 체계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감시와 모니터링을 선행하지만 지역 내 전파 조짐이 보이면 바로 방역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시 지역전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호흡기 감염증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대처와 한계’ 주제의 발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가 예상보다 빠르고 더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역전파가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정부의 대응능력과 국제공조의 부족’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전염병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진행해온 역학조사 관련 기법이 대면 인터뷰뿐으로, 20년 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며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진단·치료 백신의 개발과 비축이 감염병을 퇴치하는 길”이라며 “향후 제2, 제3의 신종 바이러스 대비를 위해서는 꾸준한 R&D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볼라 사태 당시 미국이 현장에서 바로 후보백신 실험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반성했다”며 “평상시에 백신 후보물질 개발 등 R&D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정용석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생물학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발생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지만, 재조합을 일으키는 복제전략의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은 유전자 배치를 자유롭게 해 다양한 포유류를 숙주로 삼을 수 있으며, 이동 가능성이 크고 신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도 갖는다는 의미다. 그는 "사스나, 메르스, 신종 코로나도 재조합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쥐를 통한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경고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유전자 재조합 비율이 높고 숙주 세포와 유연하게 결합한다는 건 신종 출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미”라며 "자연-동물-사람을 하나로 놓고 보는 원헬스 개념 연구의 실질적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감염 예방 수칙을 잘 따라 줄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다른 무엇보다 손 씻기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국민 각자가 감염 예방 수칙만 잘 지킨다면 이번 사태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전 대응 체계 강화…집단 지성으로 해답 마련해야”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이경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부하령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이영완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 이주실 방역연계 범부처 감염병 연구개발 사업단장, 이혁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참여해 의견을 피력했다.
먼저 부하령 박사는 새로운 방식의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존 항바이러스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막는 치료제가 개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 박사는 “바이러스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숙주의 면역상태를 감안한다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민간 학회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주실 단장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민간학회가 감염병 관련 연구에 어떤 내용을 추가할지 정리하고 이를 관련 부처와 논의해서 진전을 거둬야 한다”며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정부는 환자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관련 학회가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집단지성으로 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혁민 교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연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학회별 특성에 맞는 연구가 시급하다”며 “가령 대한감염학회는 치료법을, 예방의학학회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화할지 거시적인 모델링 예측을, 진단학회는 전염병 진단 방법이 발전될 수 있도록 각각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개발한 진단 키트가 오는 7일부터 전국 40~50개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진단이 확대되면 확진자가 더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영완 회장은 “현재 후베이성에서 온 사람들을 막고 있는 상황인데 선제적으로 했어야 할 조치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가 위기에 처한 나라에 연민을 갖는 것은 좋지만 우리가 스스로 설 수 있을 때야 비로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사고가 터질 때 마다 진두지휘해야 할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며 “전문가들이 부족한데다 분산돼 있어 역량을 결집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 후 이어진 종합토론은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방역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감염환자가 다녀간 영화관이 방역을 끝내고 영업을 재개하는 데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과 관련, 이재갑 교수는 “보통 환자가 거쳐 간 곳은 방역을 하게 되는데, 바이러스는 소독제로 100% 사멸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에서 추가환자가 자꾸 늘어가는 상황에 국경을 닫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종구 교수가 답했다. 이 교수는 "16, 17, 18번 환자는 싱가폴, 태국, 일본에서 왔다.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널렸는데 국경을 차단한다고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우리가 열심히 손을 닦는 등 에티켓을 갖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원인으로 지목된 박쥐를 다소 없애는 방향도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참석자 질문에 정용석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숙주로 보이는 박쥐는 관박쥐인데, 곤충들을 먹고 사는 박쥐로 농경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며 "없애기보다는 생활문화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분변을 통한 전염 가능성에 대해 정용석 교수는 "분변으로 해서 분변으로 가는 일은 없으나 화장실에서 방출됐다면 우리 호흡기로 들어오지 않게 방역을 관리해야 한다"며 "(분변을 통한 전염이) 가능성은 낮지만 있을 것이라는 게 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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