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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석학의 지식과 경험,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본문

정책연구 및 자문/한림원탁토론회

과학기술 석학의 지식과 경험,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과기한림원 2019. 11. 12. 09:34

11월 7일(목) 제144회 한림원탁토론회 개최

사회변화에 따른 고경력 과학기술인력의 국가적 활용방안 논의

 

제144회 한림원탁토론회가 11월 7일 엘타워 엘하우스홀에서 열렸다.

10년 이내 대학 전임교원의 3분의 1이 은퇴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과학기술 고급인력의 부족에 대비하여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하 한림원)은 11월 7일 오전 10시 양재동 엘타워 엘하우스홀에서 ‘융합의 시대, 과학기술 석학의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144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과학기술 분야 전문 인력의 공백 문제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달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AIST 등 전국 4대 과학기술원에서 15년 안에 퇴직하는 50대 이상 교원이 30%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약 500여 명의 연구자가 정년퇴임한다. 비교적 규모가 큰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경우 올해 30~40명이 한꺼번에 연구소를 떠난다. 연구 단절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림원은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 사회변화에 적합한 고급인력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한림원이 올해 동일 주제로 수행한 정책연구의 결과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관계기관 및 과학기술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한림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들을 반영하여 같은 주제로 연내에 한림연구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승조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前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와 이은규 한양대학교 생명나노공학과 명예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한민구 원장은 “경험이 풍부한 과학기술 석학을 소중한 국가의 인적자산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지식과 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평생 연구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림원이 세대 간 융합을 통해 지식이 전파, 확장되는 건강한 지식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 김승조 교수, 석학들을 중심으로 한 ‘평생교육원’ 설치 제안

 

먼저 김승조 교수는 ‘과학기술 석학 지식의 교육·연구분야 활용방안’를 주제로 기존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사업이 중소기업 기술지원과 청소년 과학교육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한 한계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미국 프로그램을 모방해 만들어져 주로 중소기업 기술지원과 청소년 과학교육 및 멘토링 중심으로만 활성화 돼 있다”며 “국제화 시대를 맞아 과학 외교가 절실한 상황에서 은퇴 과학기술 석학의 활용이 국내에만 치우쳐져 있어 글로벌 스케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그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과 더불어, 서비스 내용이 단조롭고 효과적이지 못해 고경력 과학기술 인력의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 교수 이에 대한 대안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준비 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과학고등학교 및 영재교육원 과학기술 교육과 진로상담 사업 ▲석좌교수, 연구교수, 강사 등 겸임교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는 기존의 직장인들도 변화를 위한 지속적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며 “은퇴 석학들을 중심으로 한림원 산하에 일종의 ‘평생교육원’을 설치해 다른 기관의 교육과는 다른 고품격의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연구 활동과 강의에 숙련된 경험이 풍부한 과학기술 분야 퇴직 교수를 활용하여 전국의 영재 교육기관의 교육을 담당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자연과학, 공학, 바이오 분야를 전공한 석학들의 지식이 수학과 과학, 정보과학, 발명 분야 영재들에게 고스란히 흡수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국대학교에서 정년 5년 전에 연구 및 교육 업적을 심사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석학들에게는 정원의 15%내에서 정년 후 70세 까지 연구전담교수와 강의전담교수로 계약해 근무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탁월한 과학기술 석학이 은퇴 후에도 연구 역량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노벨상 수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 이은규 교수, ‘은퇴 과학기술 석학 활용 플랫폼’ 구축 필요성 제시

 

이어 이은규 교수는 ‘과학기술 석학 지식의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가 및 ODA사업 활용’을 주제로 대형 연구과제 수행 등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보유한 은퇴 과학기술인들을 과제 평가, 기초연구성과의 산업화 연계전략 수립, 과학기술 ODA 사업 등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그는 중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우수평가자 섭외가 어려운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퇴 과학기술 석학의 활용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은퇴 과학기술 석학들을 활용해 우수평가자 풀(pool)을 확대함으로써 평가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며 “한림원에서 은퇴 과학기술 석학 인력 풀(pool)을 확보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기관에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산학협력 경험이 풍부한 석학들을 활용해 실용화가 가능한 기초·원천연구 성과를 발굴하고 관련 산업체들의 기술 수요를 분석해 산업화·실용화를 위한 연계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기초·원천연구 성과의 기술가치 평가 및 산업체로의 연계 실적이 저조한 상황으로, 기술공급자(기초·원천연구)와 기술수요자(산업체) 사이에 간극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수요와 공급 양측을 동시에 이해하고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은퇴 과학기술 석학들이 기초·원천연구 성과와 산업체 기술수요 사이의 ‘링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ODA 사업 활용에 대해서는 ODA 분야의 은퇴 과학기술 석학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먼저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은퇴 과학기술 석학 활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현재 과학기술 ODA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관과 은퇴 과학기술 석학 사이의 인력 매칭 시스템이 부재해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사업의 성공 여부는 요청 과제에 대한 정확한 내용 및 목표 파악과 동시에 적합한 봉사자 매칭과 파견에 있으므로,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인력을 매칭 하는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석학들, “고경력 과학기술인 데이터 베이스 구축 필요” 피력

 

패널토론에서는 이무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현장 연구자들과 관계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구체적인 인력활용방안과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서진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한림원 농수산학부 정회원)와 김성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나용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교육 및 연구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인력활용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먼저 서진호 교수는 한림원 산하에 ‘은퇴 과학기술 석학 활용 플랫폼’을 설립한다는 계획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매우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며 “제안한 정책과 방안을 단기, 장기 과제로 구분하여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특히 ‘봉사중심’, ‘젊은 세대의 일자리와 상충되지 않아야 함’의 두 가지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야만 실제 정책 수행 과정에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그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존 사업인 ‘전문경력인사초빙활용지원 사업’에 참여하기 보다는 별도의 활용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석좌교수, 연구전담교수, 강의전담교수 운영은 학문 후속세대의 일자리와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진 교수는 특정 연령이 되면 누구나 은퇴하게 되는 제도는 고급인력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여러 가지 제도와 연령상 차별을 금하는 법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태의연한 편견이나 형평성 논란으로 일부 하위 규정이나 제도를 고집해 과학기술 석학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안되기 때문에 상위 기관의 일관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나용수 교수는 사회의 틀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은퇴 시기에 세상을 바꿀 새로운 시도의 장을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공계 이외에도 인문, 사회,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고위 퇴직자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융합연구 및 정책연구의 형태를 통해 시민을 대상으로 최고 수준의 강의를 제공하고,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전략기획실 과장, 권혁상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인재정책실 실장, 안웅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융합교육팀 팀장 등은 고경력 과학기술 인력수요 전망과 제안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김지언 과장은 한국 ODA의 급속한 양적 성장 대비 과학기술혁신 분야를 포함한 사업 참여 가능 전문가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청년층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은퇴 인력을 개발 협력 생태계(플랫폼)로 유인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KOICA에 지식 공유 및 나눔을 희망하는 수요가 많아 니즈파악 및 적절한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해 체계적인 전문가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상 실장은 고경력 과학기술자를 대상으로 좀 더 실효성 있는 교육과정 기획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림원에서 추진한 과제의 내용은 대부분 은퇴 후 활용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퇴직 후 지원사업의 단순 안내가 아닌 실제 매칭이 이뤄질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권 실장은 ”고경력 과학기술인 대상 플랫폼 운영을 위해 데이터베이스 확보 및 관리가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하지만, 고경력 과학자 대상 사업의 경우 기관별, 사업별 데이터베이스를 별도 관리하고 있어 동일 기관내에서도 공유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고경력 과학기술인 데이터베이스 확보를 넘어 과학기술 인력 전반에 대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신임자부터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웅환 팀장은 “학교와 교육 프로그램의 변화로 다양한 활동들이 교육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춰서 교육 프로그램이 구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에 목말라 하는 학교들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석학들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들이 유연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과학적인 사고와 지식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보여 주시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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