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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한림원석학과의 만남

[기고] '한림원 석학과의 대화'가 의미하는 것

과기한림원 2014. 12. 22. 14:03

 

김병동 농수산학부 종신회원, 한림원 과학대중화위원회 위원장

 

2011년 봄, 분당중앙고등학교에서 시작된 과학기술한림원의 ‘석학과의 대화 프로그램’이 이제 만 4년이 됐다. 그간 발전을 거듭해 2011년에 1개교 14명, 2012년에 11명, 2013년에 32명, 2014년에는 60여 명으로 석학 연사 수가 계속 증가했다. 특히 2012년에는 미국의 그럽스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노벨상수상자로는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방문해 특강을 했다.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정말 대단한 열기였다. 시청각교실을 꽉 채운 학생들, 인근 중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도 참석한 후 단체사진을 찍었고,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만들어 기다리는 일까지 일어났다. 개교 20년 밖에 안 되는 분당중앙고등학교는 대학진학 성과에서 큰 도약을 보여주었고, 이 소문이 퍼져 인근 고등학교에서도 한림원 석학강연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에 대한 관심도를 크게 높여주는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를 더욱 확대재상산할 가치가 있다는 논의가 대두됐다. 마침 2014년부터는 미래부 지원으로 전국 한림원 지회에까지 강연할 예산이 확보됐고 한림원 과학대중화위원회가 발족돼 이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학교 요청으로 첫 발 내딛어 강연 발판으로 멘토-멘티까지 연결할 목적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연유는 이러하다. 필자가 한림원 감사를 함께 한 인연으로 전일동 교수와 함께 분당지구교류회를 시작한 이후 분당중앙고등학교로부터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정작 나서는 회원들이 없어 몇 차례 공전하는 가운데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서로 잘 모르는 상대방을 만나게 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특강을 해준다면 다수의 고등학생들이 여러 분야 석학들의 다양한 특별강연을 들음으로써 더욱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그 이후에 멘토-멘티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당지구교류회 전일동 회장과 김병동 총무간사가 분당중앙고등학교를 방문해 당시 새로 부임한 박선종 교장과 이계명 과학담당교사를 만나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것이 전임 과학기술부장관 2인을 포함한 한림원 석학 14인의 강연이 2011년에 시작된 스토리다.

 

 

 


중고등학생들은 장차 과학한류 이끌 주역

 

 

처음 고등학교 방문 강연을 생각할 때에는 큰 기대를 하지 못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입시준비로 시달리는 바쁜 학생들이 몇 명이나 올 것이며 과연 와서도 잠을 보충하기에 바쁠 학생들이 강연을 제대로 들으려할 것인가? 대학원생 수준 교육에 익숙한 석학들이 고등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할 수 있을지, 과연 시간낭비는 아닌지 걱정이 됐다.

 

전일동 교수는 핵물리학에 관한 연구주제에 아직도 개인적으로 천착하고 있고, 필자도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 책을 발간한 이후 이를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논문을 읽고 학술논문을 더 집필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는 분명 시간과 정력의 낭비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차피 우리의 노력은 장기전이고 후학에게 전달돼야 했다. 그리고 한국이 장차 과학한류를 일으켜야 할 때 그 주체는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이며 앞으로 거세질 국제 경쟁에서 우리 학생들이 새로운 얘기를 하루라도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절박한 심정이 이 일의 추진력으로 작용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아마도 이러한 우리의 진정한 바람이 중고교 교사들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전달되었기에 열렬한 호응이 뒤따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학교 교과서도 첨단 학문의 발전과는 5년 이상 뒤지고 있다. 작금의 과학기술은 적어도 제트기의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며 새로운 영역이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대학입시를 위한 교재를 보며 시험위로 반복 수업의 틀에 갇혀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가라앉는 배의 진실한 상황도 모르는 채 계속 머물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수한 학생들은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공부하는데, 과학교사로서 그들을 지도하는데 한계를 느낀다는 한 과학담당교사의 말은 전국 어느 곳에나 해당되는 말일 것이고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한림원의 가치…과학기술계 중지 모아 발전방향 선도, 국가가 다루지 못한 과학사업 참여

 

 

중고등학교에 대한 한림원석학과의 대화 사업은 당사자들의 호응도가 높고 실질적인 교육적 효과도 높음이 드러난 이상 이를 지속해야 할 뿐 아니라 지방과 소외 계층에까지도 혜택이 전파될 수 있도록 전국에 확대 발전시킬 가치와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두뇌와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다. 학부모의 교육열은 과열상태다. 그리고 인생을 성공적으로 열심히 살아 온 은퇴한 전문가들도 넘쳐난다. 이들 젊은이와 시민들을 선진문화 시민으로서 잘 먹고 잘 사는 백성으로 이끌어 줄 지도층이 높은 뜻과 열정으로 뭉쳐 제2새마을운동 같은 실천운동으로 발전시킨다면 세계의 모범이 되는 한국이 어찌 안 될 수 있겠는가?

 

이 시점에서 한림원의 역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기술계 두뇌들의 집단이라고 자부하는 한림원은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정책 도출과 제안을 선도하고 있다. 국제 과학아카데미와의 협력 강화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의 개발, 평가, 정책 등 구체적 단계에 이르면 전문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들의 소관업무이므로 한림원이 더욱 깊이 개입하기 어려운 장벽이 나타난다. 과학기술계의 중지를 모으고 발전방향을 선도하는 두뇌집단으로서의 한림원의 가치가 가장 고귀하다고 할 수 있다.

 

한림원이 가진 또 하나의 진정 중요한 사명이 있다. 선택된 집단인 한림원 회원 개개인의 활동과 복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국가기관이 하는 사업이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 국가와 인류 사회에 공헌하고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과학 기술자 개개인을 발굴해 그 업적을 기리고 ▲ 그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맞춤형 지원 방안을 강구하며 ▲ 이들 한림원 회원들이 보유한 지적자산과 학자적 성품을 널리 나누는 체계를 발전시켜 장차 과학기술문화대국의 바탕이 될 문화시민사회 조성에 기여하며 ▲ 국제사회에 확산될 과학한류의 바람을 선도하고 지혜롭게 주관하는 장치들을 개발 유지하며 ▲ 과학기술자가 진정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되도록 본질적으로 깊이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일 등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추어 볼 때, 중고등학생 대상 한림석학과의 대화 사업은 향후 다음과 같이 단계적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 처음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된 한림석학과의 대화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강연내용, 강연대상, 강연방법, 참여석학 관리 등을 체계화하고 심화하는 방편으로 활용

 

2) 미래부 지원을 받아 전국 소외 지역으로 확대하게 된 한림석학과의 대화 사업은 정부와 지방 공공단체의 체계적인 지원체계와 연계해 확대 발전

 

3) 민간차원에서 기업, 지방유지, 비영리단체와 협력하면서 과학기술이 소외계층 등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힐 수 있는 체계적인 방안을 개발하고 장차 전 국민의 과학화를 위한 제2새마을운동 또는 씨알누리운동으로 발전하여 세계로 뻗어나가는 통일 문명 한국을 실현 


 

이 사업이 과학대중화 사업을 이끄는 한림원의 모습으로 계속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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