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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 및 자문/한림원탁토론회

"독일 통일은 연구기관에서부터…DMZ 세계평화공원에 과학기술 담자"

과기한림원 2013. 10. 25. 15:58

 

'제88회 한림과학기술포럼' 개최
정선양 건국대학교 밀러MOT스쿨 원장 주제발표

 

1953년, 정전협정으로 만들어진 군사적 완충지대 ‘DMZ(Demilitarized Zone)’. 가장 적막하면서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공간인 DMZ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이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8일 미국 의회연설에서 이를 처음 언급했고 이후 통일부에 기획단이 꾸려졌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한 공개제안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통해 북한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도 박 대통령 접견 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됐던 ‘DMZ세계평화공원’이 이번 정부에서 보다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자 이제는 각 분야에서 ‘그렇다면 무엇으로 DMZ세계평화공원을 채울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격렬히 진행되는 모양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중심으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세계평화공원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발 빠르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교류를 통해 통일에 성공한 독일의 사례가 그 근거. 현격한 경제성장 차이를 보였던 동독과 서독이 통일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20년이 지난 지금 유럽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도 건실할 수 있는 이유는 '과학기술 통합을 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뒷받침되며 과기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난 9월 26일 플라자호텔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한 ‘제88회 한림과학기술포럼’에서는 'DMZ 세계평화공원을 활용한 남북한 과학기술 교류방안‘을 주제로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됐다.

 

 

 정선양 소장, “DMZ에 범지구적 문제 연구하는 유엔대학교 유치하자”

 

먼저 주제발표에는 정선양 한림원 정책연구센터 소장(건국대학교 밀러MOT스쿨 원장)이 나섰다. 한국 기술경영학의 선도적 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정 소장은 독일 ‘프라운호퍼 시스템 및 혁신연구소(ISI: Fraunhofer Institute for Systems and Innovation Research)’ 연구원을 지냈으며, 슈투트가르트대(University of Stuttgar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공공연구기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정 소장은 DMZ 세계평화공원에 과학기술을 담으면 지속적인 발전과 경제적 효율적인 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경우 막스플랑크는 동독에 모여 있었으나 서독으로까지 분산했으며, 프라운호퍼 연구소도 마찬가지로 통일을 위해 서독 지역혁신 정책모델에 따라 전국으로 분산을 시켰다. 이 시기 독일은 과학적 시스템은 물론이고 국가기술체계까지 대단한 경제개혁을 했으며 현재 분산된 연구소들은 각 지역에 거점을 만들어 경제발전을 추구해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 소장은 DMZ세계평화공원을 과학기술 협력과 경제발전의 핵심 축으로 발전시킬 ‘평화혁신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을 제안하며 3가지 구축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 평화혁신클러스터 개념의 설계 및 일부 기관 유치, △2단계-평화혁신클러스터의 구체적 조성 및 운영개시, △3단계-평화클러스터의 남북한 국가혁신체제와의 협력강화 및 글로벌 협력의 개시 등이다.

 

그는 특히 “이러한 클러스터를 구축, 운영하는데 있어 출연연구소와 대학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업종별 교육센터와 북한이 필요한 센터 등 일부기관을 유치하고, 과학기술정보가 필요한 북한을 위해 KISTI와 생기원, KIST 분소를 넣는다. 2단계에서는 남북한 연구기관 분소의 본격적 유치와 클러스터 내 남북한 과학기술협력 사업을 본격 실시하며, 3단계에서는 남북한 국가혁신체제와의 협력의 강화를 위해 교육기관 (가칭)통일과학기술대학교를 설립한다.

 

아울러 그는 “DMZ세계평화공원이 평화와 환경보전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국제기구의 유치 및 활용이 필요하다”며 “평화와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범지구적 문제의 연구 및 교육을 담당하는 UNU(유엔대학교)의 연구소와 사업 유치는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그는 “평화혁신클러스터는 남북한 과학기술교류협력의 허브로서 다양한 분야의 남북교류 증진에 기여할 뿐 아니라 통일한국의 국가혁신체제의 융합 및 강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토론, “정치색 대신 국제성 입힌 ‘과학기술’을 DMZ에 담자”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최항순 한림원 정책담당 부원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을 좌장으로,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이장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설정책연구소 소장, 황선근 한림원 정회원(인하대학교 명예교수) 등이 참여했다.

 

 

민철구 선임연구위원은 “과학기술은 남북 간 상호보완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써 가장 자연스러운 협력 대상”이라며 “인적자원과 기술 측면 등 두 가지로 협력의 방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평화혁신클러스터는 ‘DMZ평화과학공원’으로 명명하고 평화공원에 근무하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이중국적의 허용을 고려하는 등 남북 협력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우월적 위상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기웅 회장은 “DMZ세계평화공원 구상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뚫으려는 동력이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천전략”이라며 “남북한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적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그 중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봉 대표는 “DMZ는 단순히 남북한 협력의 제고를 넘어 400년 뒤 번영을 내다봐야 하며, 이는 한민족만의 번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주체적으로 세계에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과학기술발전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유럽 사람들의 전쟁 후 상처를 봉합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었는데, 이는 어떠한 이해관계도 초월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라며 “남한 연구소들의 분소도 좋지만, 여러 국가들의 공동 출연으로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연구소를 DMZ에 설치해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궁극적으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장재 소장은 “과학기술협력은 정치적 색채가 옅을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기술적 문제를 다루는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특히 DMZ 평화공원 건립 프로젝트는 남북한 경계지역에 존재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친환경 생태계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과학기술계가 적극 참여할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만 DMZ 평화공원 건립과 관련하여 과학기술계가 협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적절한 역할과 과제를 발굴해야 할 것”이라며 “우선 평화공원 건립 초기에 과학기술계가 참여하는 상세한 생태계 조사 분석, 평화공원 내에 친환경 생태계연구센터 건립, 글로벌 적정기술센터, 남북 과학기술교육·훈련센터 등의 설립이 고려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황선근 정회원은 평화공원을 활용한 남북한 과학기술 협력의 세 가지 기본원칙으로 ‘정치성 배제’, ‘공개성과 국제성 확보’, ‘상호간 호혜적 노력’ 등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재정립에 가장 큰 판단기준으로 삼은 것이 정치성 배제였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남북한 과학기술교류는 이산가족 상봉의 개념에서 벗어나, 공개성, 국제성을 높여야 과학적 발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쪽만 희생하는 협력은 지속적일 수 없으므로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고, 약점을 상호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공동연구 수행의 기본정신이 되어야한다”며 “아울러 남북한 청소년 과학인재 육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므로 남북 과학 청소년들이 모여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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