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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과학자들, “R&D 과제 선정·평가제도, 지속적 개선 노력 필요” 강조 본문
5월 21일 Y-KAST 회원 주축 ‘제154회 한림원탁토론회’ 온라인 개최
‘젊은 과학자가 바라보는 R&D 과제의 선정 및 평가제도 개선 방향’ 주제로 논의
국가R&D 예산이 처음으로 24조 원 대에 진입하면서 R&D 예산 집행의 효율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R&D 관리 규정을 체계화해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의 국가R&D 혁신법의 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국가R&D 예비타당성제도의 손질이 본격화되면서 정부의 제도 개선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이하 한림원)은 5월 21일 오후 2시 ‘젊은 과학자가 바라보는 R&D 과제의 선정 및 평가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제154회 한림원탁토론회’을 개최했다. 행사는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질의응답 등을 모두 유튜브를 통해 방송하는 ‘온라인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젊은 과학자들의 시각에서 본 현행 R&D 과제 선정 및 평가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개선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만45세 이하 우수 젊은 과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이하 Y-KAST)’ 회원들을 중심으로 ▲과제 선정 기준 ▲상피제 유지의 장단점 ▲전문성 확보 방안 등의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온라인 참여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사전 접수된 질문과 실시간 시청자 채팅과 댓글, 질문 등에 토론자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주제 발표는 김수영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종합토론에서는 남기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김진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함유근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민구 원장은 “기성세대 중심으로 움직이는 과학시스템 안에서 젊은 과학자들의 학문적·정치적 목소리를 듣는 것은 건강한 연구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R&D 수행 및 관련 제도에 대해 젊은 과학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 “R&D 평가과정…공정한 심사 위한 노력 필요”
김수영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최근 실시한 Y-KAST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R&D 과제 선정과 평가 과정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75명 응답자 중 22.6%가 ‘만족’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근래 질적 평가 중심으로의 평가방식 전환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 된다"면서도 "응답자 중 28%가 불만족하고 있고 49.3%는 보통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여전히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응답자들 중 '불만족' 또는 '보통'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R&D 상피제도로 인한 평가위원 구성의 전문성 저하 ▲평가 시 인맥에 의한 불공정성 ▲평가자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한 평가위원의 적극적 참여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문제점으로 지목한 상피제도에 대해 다른 대안을 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상피제도란 평가 과정에서 학연, 지연 혹은 동일기관 근무자를 평가자로서 배제해 소위 '연줄'에 의한 평가 왜곡을 방지하려는 제도다. 그러나 평가 세부내용을 잘 아는 전공자가 제외됨으로써 오히려 평가자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그간 계속 제기돼 왔었다. 이는 현재 R&D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상피제도를 바로 시행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안서의 여러 키워드를 통해 빅데이터로 분석하거나, 빅데이터를 통해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적 네트워크로 인한 평가의 불공정성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의견이 제기됐다. 평가자와 피평가자와의 관계로 인해 평가의 공정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한, 전문가풀이 좁은 한국 과학기술계에서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위치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은 평가를 함에 있어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일상이 된 지금, 평가를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심사를 하면 부담감이 훨씬 덜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온라인 툴을 활용해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공간과 자리를 분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공정한 R&D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과학기술계 ‘평가놀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정우성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R&D 평가 제도의 최근 동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재의 R&D 과제 선정 및 평가제도에 대해 “사실 불만족이 훨씬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보통이 절반 가까이 나왔다”라며 “최근 몇 년 간 평가 제도를 개선해 오고 있는 부분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R&D 선정 과정에 ‘평가놀이’가 존재한다고 일침했다. 그는 “과학기술계가 상피제도를 택한 이면에는 불신이 있었다”라며 “우리나라 규제 방식이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불신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포지티브 방식은 허용되는 것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승인된 것만 해야 하는 방식이다 보니 여기에 굉장히 많은 감시와 평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포지티브 방식의 효율을 고려할 볼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R&D는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여기에 평가놀이가 들어와서 근원적인 문제를 덮어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신뢰를 기반으로 과학기술계에 과감하게 위임을 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나열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을 도입하되, 연구윤리적인 부분을 보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상피제도 개선에 공감…평가의 공정성 위한 비대면 평가 방식에 긍정 의견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상피제도와 R&D 평가기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 참석자들은 상피제도와 평가기준이 현재보다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문정 POSTECH 화학과 교수는 “불공정 평가를 없애기 위해 만든 상피제도가 전문가풀을 점점 더 좁게 만들면서 큰 악영향을 초래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상피제도와 공정한 평가 사이의 관련성은 낮다고 봤다. 박 교수는 “미국 저널의 경우 저자들이 직접 평가를 받고 싶은 전문가를 지목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전문가들이 좋은 평가를 주진 않는다”며 “전문가가 쓴 코멘트가 누가 썼는지 비밀로 부쳐지기 때문에 이러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평가 중 주고받은 커뮤니케이션들을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라며 “그렇게 될 경우 평가자와 피평가자간 위치가 바뀌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평가 결과는 피평가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내용으로 제시되어야 하는데, 피드백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공정한 평가를 위해선 평가 시스템과 전문가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창의도전형 연구와 성과창출형 연구를 구분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창의도전형의 경우 미래지향적인 연구제안서가 중요하며, 성과창출형의 경우 목표 달성도를 정량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함유근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는 평가기준 개선에 대해 “피평가자의 제안서보다 그간의 연구성과를 좀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연구자의 연구 역량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계획한 대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연구 계획서가 성공 가능성을 잣대로 평가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도전과 성공 가능성의 상대적 중요도를 지원 과제별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성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비대면 평가를 제안했다. 그는 “방금 전에 발표 평가를 진행하고 왔는데, 비대면이었다”라며 “이전에는 제안의 내용보다 심사위원 구성에 대해 고민하고 발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비대면으로 발표를 하니 그런 부분들이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시간이 허락이 안돼서 평가를 거절하는 전문가들이 있는데,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해결이 가능하다”라며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앞으로 좀 더 확장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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