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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국민 ‘정신건강’ 악화…전문가들, ‘자살률 증가’ 경계 한목소리 본문
한림원-한국과총-연구회 온라인 포럼 개최…심리방역 필요성 제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우울증, 두려움, 고립감, 무기력증 등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국민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계 관련 전문가들이 정신건강 이슈와 그에 따른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나섰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원장 임태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는 4월 10일 오후 'COVID-19 사태에 대비하는 정신건강 관련 주요 이슈 및 향후 대책'을 주제로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정신건강 이슈를 짚어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현장 참가자를 제외한 발제와 토의, 질의응답 등을 모두 유튜브를 통해 방송하는 ‘온라인 포럼’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발제는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 부장과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대구대 교수),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경희의대 교수) 등이 맡았다. 패널토론에는 권준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의약학부 정회원(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채정호 가톨릭대학 교수,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등이 참여했다.
◆ 전문가들, ‘심리방역’ 중요성 강조…“자살률 증가 우려”
이날 발제를 맡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정부 차원의 심리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난을 겪은 뒤 자살률이 증가했다는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대책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먼저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 부장이 ‘COVID19 사태 현장에서 정신건강문제의 실태’를 주제로 발제했다. 코로나19의 ‘경계’ 단계 발령 때부터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며 확진자와 가족, 격리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진행해 온 심 부장은 확진자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정신적 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들의 경우 당장은 증상이 없더라도 갑자기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격리될 수 있다는 죄책감, 직장 폐쇄에 대한 걱정이 상당하다”라며 “이와 관련해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상담을 요청한 사람만 지금까지 10만 여건에 달하고,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한 건수도 55만 건에 이를 정도로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국민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부장은 “확진자들의 불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중되는데,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온다고 해서 불안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며 “기관 차원에서 대국민 지침을 만들어 홍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우울한 반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유용한 사고 촉진과 건강한 사회적 관계의 재건을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심리적 지원 방안을 활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COVID19 사태에서 심리방역의 이슈’에 대해 발표했다. 현 회장은 학회가 지난달 전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심리방역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다.
현 회장은 "불안수준을 조사한 결과 21점 만점에 5점 수준으로 정상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중증도 분포를 보면 48%의 국민은 경증도 수준 이상의 불안을 느끼고 있고 19%는 중증도 이상의 불안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2년 전인 2018년 때 조사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았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민적 우울감이 큰 폭으로 상승했음을 보여준 결과”라며 “그중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감염으로 인한 가족 및 타인의 감염’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심리적 고통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심리방역이 필요하며,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중장기적 모니터링 등을 통한 심리적 지원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경희의대 교수)은 ‘COVID19로 인한 혼란과 충격,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과거의 경험을 잊어선 안 되며, 그때의 교훈을 토대로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과거 사스가 대규모로 발생했던 홍콩에서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단절되면서 노인 사망이 급격히 증가했고, 일본은 대지진 후 재건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자살한 경우가 많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자살 원인은 대부분 정신건강, 경제적 문제, 건강문제 등인데,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상황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보다 신속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백 위원장은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 두려움을 없애려고 하기 보다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종식 이후 벌어질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심 가져야”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신체적 건강만큼 정신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개인뿐 아니라 지역·국가가 인식하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정호 가톨릭대학 교수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의 극복과제를 강조했다. 그는 “낙인의 효과, 자살률의 증가, 상처의 치료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심리적 지원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문제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지지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문제라고 여겨야만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종식이 선언되더라도 우리 마음속에 극복하기 힘든 불안감과 고통, 불신과 분열이 있다면 그 위기는 끝난 게 아니다"라며 “바이러스 감염치료와 정신 치료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며, 정신건강을 치료하지 않는 한 코로나19는 종식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유 교수는 의료진들의 스트레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업무량과 함께 감염 우려가 상존하는 환경 속에서 일하면서 받는 의료진들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다”며 "의료인과 의료체제가 버텨주지 않으면 안전하다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개인이나 집단의 심리적 충격은 메르스 등과 다르다”면서 “새로운 감염 질환에 대해 개인, 지역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극복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성찰했다. 그는 “정보 부족에 의한 불확실성과 정보 과다에 의한 불확실성을 놓고 봤을 때, 위험한 건 정보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보를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으므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언론인으로서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 영상은 유튜브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https://youtu.be/nq7aX1_Tq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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