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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20주년 기획-④] "아시아 넘어 글로벌 리더십 꿈꾸는 국제협력사업 추진해야" 본문

한림원소개/개요

[창립20주년 기획-④] "아시아 넘어 글로벌 리더십 꿈꾸는 국제협력사업 추진해야"

과기한림원 2014. 8. 26. 11:55

 

 

2012년은 국제 외교무대,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한 해라 할 수 있다.

 

이 해 10월, 스리랑카 콜롬보에서는 ‘아시아과학한림원연합회 (AASSA)’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AASSA는 기존 아시아 과학기술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AASA (아시아과학한림원연합회)와 FASAS (아시아과학단체연합)가 “하나의 아시아”를 기치로 통합 출범한 대규모 국제기구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을 대표해 지역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과 과학기술 교류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터였다. 역사적인 창립총회가 있던 이날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초대 회장에 오른 이는 다름 아닌 한국 한림원의 박원훈 종신회원이었다.

 

2012년 한국 주도로 설립된 AASSA의 탄생은 한림원 과학기술 외교의 위상을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박 회장은 “콜롬보 창립총회는 기존 AASA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해온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아시아 과학기술계를 대변해주기를 바라는 회원국들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대한민국이 일본,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한림원 부흥의 종주국이 되며 한국 과학외교의 금자탑을 쌓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일본이 주도하는 SCA  (아시아학술회의)도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이 주도해온 SCA에는 현재 16개 회원국이 포함돼 있다.     

 

서울에서 개최된 제 1회 IASSF. Louis J. Ignarro 교수의 발표에 대해 질의가 쏟아지고 있다.

 

AASSA 창립총회에 이어 11월에는 서울에서 또 다른 대형 국제행사가 개최됐다. 제1회 세계과학한림원서울포럼 (IASSF)이다. IASSF는 전 세계 한림원 대표들이 대거 집결하는 행사로 지구촌 관심사인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의 과학기술 버전이라 할 만하다. IASSF는 2012년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매년 11월 서울에 모여 세계 각국 한림원의 공동목표와 관심사를 토론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과학기술 민간외교 분야에서 2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비약적으로 성장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은 앞서 2012년의 두 가지 ‘사건’ 외에도 많다. 한림원은 지난 1994년 창립된 후 2005년까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스웨덴 등 30개국 33개 과학한림원 및 단체와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또 초창기 11년 동안에만 총 29회의 국제적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눈부신 외교 성과를 배출한다.

 

2012년 국빈 방한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 11회 한·스웨덴한림원 공동심포지엄

 

이 같은 국제협력사업의 활발한 기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림원은 지난해부터 미국과 한국 한림원의 젊은 신진 과학자 80여 명이 양국을 번갈아 가며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 또한 이태리 Lincei 한림원과도 협약을 맺고 내년 봄 로마에서 제1회 한-이태리한림원 공동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Lincei 한림원은 400여 년 전 세계 최초로 설립된 한림원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회원이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원훈 AASSA 회장

박영우 한림원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한림원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과학기술 민간외교의 중추로 성장하게 된 가장 큰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한국 과학기술인들의 우수한 연구개발 업적이 많이 축적되면서 해외 한림원 회원들의 인정을 받게 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한림원이 주요 국가의 선진적인 한림원들과 교류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박원훈 AASSA 회장의 견해도 다르지 않다. 박 회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유학했던 많은 한국인 과학자들이 귀국해서 학계를 선도하며 이들의 진취적인 기상이 국제 무대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성장속도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뒤늦게 설립된 한국 한림원이 국제 무대에서 ‘중개자’ 또는 ‘가교’ 역할의 독특한 위치에 올라선 것 역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유일무이한 케이스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지지와 선망, 그와 더불어 구미 과학기술 선진국들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림원 국제협력의 가장 큰 動因 “국내외 참가자 모두의 자부심”

 

 

2013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에 참여한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

 

선진국과의 과학기술 교류협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선진화와 세계화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최고 석학단체인 한림원은 그 대표성에 걸맞게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민간 과학기술 외교의 핵심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 한림원의 과학기술 국제협력 사업은 크게 네 분야로 나뉜다. 먼저 ▲‘국제과학기구와의 협력’이다. 세계 각국 한림원의 연합체인 국제한림원연합회 (IAP - The Global Network of Science Academies), 아시아학술회의(SCA) 등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심포지엄 등 학술사업을 열어 국내 과학기술 선진화와 함께 우리 과학기술의 세계화를 도모한다.

 

박영우 한림원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다음은 ▲‘국제심포지엄’의 개최다. 해외의 저명한 학자를 초청해 지구촌 과학기술인들의 공동 관심사와 현안들을 논의하는 IASSF, 한림국제심포지엄 등의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 역시 국내 우수 과학자들과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적 석학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학술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과학기술인 국제교류’도 있다. 한림원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연구자들이 개인 차원에서 접근이 어려운 해외 석학, 기관과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 참가다. 린다우 회의는 4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600여 명의 전 세계 젊은 과학자들이 모여 일주일간 자유로운 토론을 하는 자리다. 매년 여름 독일 린다우에서 개최되는데 단일행사로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참여비율이 최대인 뜻 깊은 행사다.

 

마지막으로 ▲‘아시아과학한림원엽합회 (AASSA) 사무국 운영’이다. AASSA는 아시아, 오스트랄라시아 지역 30개국 35개 기관과의 교류 협력을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고 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각종 국제심포지엄 및 워크숍 등을 활발히 개최하며 국내 과학자와 해외 석학간 국제 교류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한림원이 개최한 ‘ARS 및 질병기전 심포지엄’은 해당 분야의 해외 석학과 국내 과학자 간의 학술 교류를 통해 많은 성과를 낳았던 대회로 기록되고 있다.

 

ARS는 단백질 합성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효소로 다양한 생리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발현과 기능 이상이 질병 발생과 연관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김성훈 서울대 교수 (의약학부 정회원)는 암 타겟 연구와 ARS 질병 연구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고 있다. 김 교수는 “2011년 심포지엄이 그동안 부족함을 느껴왔던 ARS 연구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는 기회가 됐다”면서 “동시에 해당 분야에서 국제적인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국내 연구자들을 묶어 큰 연구를 지향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술회하고 있다.

 

2011년 열린 ‘ARS 및 질병기전 심포지엄’

 

김 교수는 한림원의 국제협력 사업에 대해 “일단 부족한 기술과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국내의 (우수한) 연구주제와 성과를 결과를 세계 학계에 알리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한림원을 배경으로 하는 국제교류는 국내외 참가자들 모두에게 자부심과 성의를 가지고 참여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한림원의 국제협력 사업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것을 요구받고 있다.

 

 

“현실 집착보다 가까운 미래 바라보길”…아시아 대표성 강화 목소리도 

 

 

김성훈 서울대학교 교수

김 교수는 노벨상에 집착하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는 한편 한림원에 대해서도 “노벨상 수상자 참여보다 미래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연구자와 주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먼 미래를 지향하는 국제협력사업이 노벨상에 더 빨리 근접하는 결과를 도출하리라는 견해다.  

 

박영우 국제협력위원장 역시 새로운 방향타로 국내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세계 진출 지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외 젊은 학자들의 상호 방문과 공동연구, 특히 선도과학자들의 우수한 연구결과를 전 세계의 석학들에게 널리 인식시켜 업적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림원이 대한민국 석학들의 단체일 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아시아까지 대표하는 만큼 개발도상국이 많은 지역 여건에 맞춰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와 환경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원훈 AASSA 회장은 “세계의 주요종교가 모두 아시아에서 탄생할 만큼 아시아는 다양한 삶의 방식 혼재하고 그만큼 분쟁도 많은 곳”이라면서 비정치적인 과학기술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30개 회원국을 연결하는 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데 특히 힘이 될 기술로 첨단과학기술보다 ‘적정과학기술’을 꼽고 있다. 또한 아시아 각국이 공통으로 관심을 보이는 한국의 과학기술 기반 경제발전 모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는 “한림원이 이미 지원하고 있는 AASSA 사무국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한림원은 AASSA가 지향하는 ODA 사업의 중추기관으로서 수자원과 위생 같은 국제적이면서 동시에 아시아적인 토픽에 관한 보고서를 세계무대에 선보이고 전 세계적인 과학기술 정책수립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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