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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소개/개요

[창립20주년 기획-②]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 정책자문…“실행력 확보 필요하다”

과기한림원 2014. 4. 23. 15:27



 ‘모방·추격’ 탈피해 장기적 ‘선도전략’ 필요한 한국…한림원 역할에 주목
과기계 중진들, “정책 훌륭해도 집행력 있어야…국회·정부와 협력 중요” 
 

   

 

과학기술은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는 21세기 선진국 진입의 문을 여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가 발전도, 선진국 진입도 몽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최근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과학기술 종사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중진 석학들은 이제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안전과 국민행복처럼 사회 전반의 중요 현안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식견과 권위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증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 대부분은 이 같은 과학기술 정책연구와 국가자문기구 기능을 국가 최고 석학들로 구성된 과학기술한림원에 맡기고 있다.

 

정근모 전 한림원장(현 한국전력 고문,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예를 들고 있다. 미국은 과학한림원 (National Academy of Science, NAS), 공학한림원 (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 NAE)과 의학한림원 (Institute of Medicine, IOM)이 국가한림원 (National Academies)으로 통칭되는 연합체를 형성해 국가 장기정책 수립과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정 전 원장은 “국가한림원 (National Academies)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주요 과학기술정책 결정과정에 깊은 관여를 요청받고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면밀하게 조사하여 정책 건의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한림원 산하에 있는 국립연구회의 (National Research Council, NRC)는 이 일을 추진하는 실무수행을 맡고 있으며 최종 정책건의에 앞서 사안의 전문지식과 판단력을 갖고 있는 국가한림원의 회원 (Academian)들을 중심으로 사계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을 참가시킨 최종검토회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면서NRC가 발간하는 정책보고서는 정부 의사결정의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고 전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하 한림원) 역시 국내 최고 권위의 학술기구로서 각 부문 석학 회원들의 대표성과 전문적 식견을 모아 범 부처를 대상으로 한 국가과학기술정책 자문사업을 하고 있다. 한림원의 정책사업은 크게 ▲ 석학들의 과학기술 정책연구결과를 정부에 제안하는 '한림석학정책연구' ▲ 산·학·연·정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과학기술의 발전전략과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한림원탁토론회' ▲ 과학기술 관련 사회적 이슈에 대한 석학들의 의견을 요약 건의하는 '한림원의 목소리' ▲ 각종 전문분야에 대한 자문과 심의를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 등의 형태로 추진되고 있으며, '한림원의 정책제안 (KAST Issue & Opinion)'과 같은 신규 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이중 특히 창립 이듬해인 1996년부터 현재까지 약 70여 회 넘게 개최돼온 ‘한림원탁토론회’는 ‘광우병과 쇠고기 안전성’ (2008), ‘방사능 공포, 오해와 진실’ (2011), ‘과학교과서 시조새 삭제’ (2012)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과학기술 이슈의 중심에 서서 주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며 올바른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또한 주제별로 과학기술 관련부처 및 경제단체 최고책임자의 발표와 산·학·연·정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그 결과를 책자로 발간해 정부, 국회, 관련기관에 정책입안 자료로 활용토록 하는 방식으로 국가 과학기술 발전전략 수립의 씽크탱크 역할을 맡아 왔다.

 

한림원이 축적하고 있는 이 같은 질적·양적 성과는 선진국에 비해 200∼300년 가량 뒤늦게 출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게 과학기술계 중진들의 의견이다.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총장(한림원 정회원·전 국제협력부장)은 “지난 반세만에 이룩한 과학기술 분야의 놀라운 성과는 선진국 과학기술의 모방과 추격 전략이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가 발명과 발견의 진원지가 되는 과학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권을 초월한 창의와 선도 전략의 장기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여타 관련 기관의 한계성을 고려할 때 과학기술 분야 최고 과학자들의 모임인 한림원이 좀 더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근모 전 한림원장 역시 “그 동안의 정책연구 및 자문활동에 있어서 한림원은 주로 현안 이슈들에 대하여 초점을 두어오며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면서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과제에 대하여는 충분한 기여를 못해왔지 않나 생각된다”며 “예를 들자면 과학기술부를 교육부와 병합시켰을 때 과학기술계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정책결정자들에게 알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예산확보에는 좋은 성과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학입시나 학교 행정관련 등 시급한 현안사항에 쫓기는 우리나라 교육행정 성격 때문에 장기적 관점이 강한 과학기술 행정사안들은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 전 원장은 또 “한림원이 교육과학기술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발족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여 과학기술 행정기능이 위축되는 현상을 막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근모 전 원장과 신성철 총장은 한림원이 20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고 시의적절한 과학기술 정책연구와 자문활동에 힘입어 무게감 있는 국가 두뇌기관으로 성장해 정부와 국민의 큰 기대를 받게 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한편 “한림원의 장기적인 국가 정책자문 기능 강화를 위해 회원들의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필요한 때”라고도 역설한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발전’의 능동적인 선도자 역할을 하기 위해 한림원의 과학기술 정책연구와 자문활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정 전 원장과 신 총장은 한목소리로 ‘실질적인 집행력 확보’를 위한 한림원의 관심을 주문했다.     

 

신성철 총장은 “한림원이 훌륭한 과학기술 장기정책을 수립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으면 탁상공론이 된다”며 “국회,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림원에서 장기정책을 제시하고, 국회가 이를 검토해 입법과 예산을 인준하고, 정부가 이를 집행한다면 정권을 초월해 창의와 선도의 혁신적 과학기술정책이 지속적으로 집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총장은 “미국한림원 (NAS)가 좋은 사례”라며 “2005년 미국 상원의원 라마 알렉산더와 제프 빙어만이 NAS에 ‘21세기 미국이 지속적으로 최선진국으로 남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달라고 요청했다. NAS는 산학연 대표인사 20명과 정책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21세기 글로벌 경제번영 위원회’를 구성해 6개월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미국경쟁력강화방안 (American Competitiveness Initiative)'이란 유명한 정책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정책보고서가 미국 의회에 제출되고, 의회가 검토해 사업을 인준하고 2006년 법안을 만들었다”면서 “2007년 부시 정부가 약 7조 원의 예산을 확보해 정책을 수행했는데, 부시 정부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오바마 정부가 이를 이어받아 예산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사업을 수행하며 미국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정근모 전 원장은 “대정부, 대국회뿐만 아니라 대언론 활동을 강화하고 과학기술 관련 이해당사자 (Stake Holder)들과의 심층적이고 학구적인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인 시각과 국민 전체의 공익을 전제로 하는 과학기술 정책기능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직할 정책 행정분야로 관리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숙지하였던 나라 중 성공적인 과학기술 입국을 추진해온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과학기술정책국 (Office of Science Technology Policy)을 두어 범 부처간의 협력을 선도하고 국민을 위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할 수 있었다. 예산이나 인력관리 등의 실무적 업무를 주관하는 예산관리국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대통령의 공약사항과 정책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전 원장은 “우리는 아직도 20세기 과학기술체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탈피하여 21세기 지식기반사회, 세계화, 사회경제 과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대통령 과학고문 (Science Advisor)이 국장직을 겸하는 OSTP는 위원회가 아니라 정규 국가조직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OSTP 같은 최고 정책기관이 있을 때 한림원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정책연구 및 자문활동이 활력소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정책연구·자문 기능의 발전을 위한 조언과 쓴 소리 속에서도 20주년을 맞는 한림원에 대한 애정 어린 축하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정근모 전 원장은 “그동안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오셨고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과학기술인으로서의 명성과 상부한 업적을 내시는 회원들께 충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제는 한국 과학계를 이끄는 법정기구로서 정부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는 한림원이 원숙한 장년기로 들어서며 더욱 뚜렷하게 존경받는 국가 두뇌기관으로 국가와 민족의 발전과 번영, 행복을 위해 훌륭한 공헌을 할 것을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성철 총장 역시 “오늘날 한림원이 20년만에 이룬 국내외적 위상은 역대 원장님들의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회원님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뛰어난 학술적 업적과 왕성한 정책 활동을 통해 한림원 발전이 더욱 가속화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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